습진에서 시작된 착한 마음

그녀에게 핸드크림을 건넵니다.

by 김하예라

언제부터인가 미용실에 가면 미용사의 손부터 보게 된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머리를 샴푸로 감겨주고, 말끔하게 헹구어 주고, 컨디셔너를 발라주고, 드라이어 바람을 쐬어 말려주느라 바쁜 손, 독한 염색약과 파마약에 노출된 가냘픈 손가락에 나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그러면 미용사 대부분의 손가락은 빨갛게 까져 있거나, 벗겨졌던 피부에 다시 새 살이 오르고 있거나, 짙은 갈색의 딱지가 생겨있다. 습진으로 안쓰럽게 벗겨진 손과는 달리 그녀의 눈화장은 짙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화려한 눈 화장과 습진으로 빨갛게 짓무른 손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 어쩐지 더 안타깝게 느껴지곤 한다.


내가 원래부터 미용사의 손에 눈길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기분전환을 하러 단골 미용실에 가서 원하는 염색이나 파마를 하며, 미용사와 재미있는 수다를 떨거나, 중화제를 바르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잡지를 읽는 호사를 누리다 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내가 전업주부가 되며 그들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달라졌다. 그들처럼 나도 하루 종일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4인 가족의 설거지, 물 걸레질, 빨래 널기, 걸레 빨기, 아이 씻기기, 요리하며 재료 손질하기, 과일 씻기 등으로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던 나는 전업주부 2년 차 만에 주부습진에 걸려 고생 중이다.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바르기도 하고, 먹기도 하면서 습진을 치료해 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첫해는 습진이 오른쪽 손등, 왼손 손바닥, 양손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에 퍼져서 쓰라리고 아팠는데, 이제는 꽤 나아서 왼쪽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 그리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에만 습진이 남아있다. 그래도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일이라 항상 조심해야 한다.


습진으로 고생을 하다 보니, 미용실에서 손에 물이나 독한 약품이 닿는 일이 잦은 그녀의 손가락에 나의 마음이 가서 닿았다. 얼마나 따갑고 쓰라릴까... 3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후에 여러 미용실을 전전하다 드디어 마음에 맞는 미용실을 찾았다. 단골 미용실에서 나를 전담으로 맡아 주시는 미용사는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데, 앳된 웃음과 밝은 표정으로 나의 머리를 정성껏 만져주시곤 한다. 타고난 센스가 있어서 나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하고, 내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으면 과감하게 내 스타일을 바꿔주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가만히 보니, 아직 젊고 창창한 20대로서 누구보다 보드라워야 하는 그녀의 손도 여지없이 습진으로 상해 있었다. 한 번은 내 머리 가르마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먼저 자신의 손에 스프레이를 뿌린 후, 내 머리를 만져주었다. 아마도 스프레이 양이 소량만 필요해서 자신의 손에 먼저 뿌리는 것 같았다.


"저런. 그러다 손 다 상하겠어요!!" 하며 자신의 손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

"어머,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씩씩하게 대답하는 그녀.

"저도 집에서 하루 종일 살림하면서 손이 말이 아닌데, 선생님 손도 아프시겠어요."라고 내가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하면서 대답하는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우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 손질이 다 끝나갈 즈음 그녀가 말했다.

"손님, 제가 눈썹 정리해 드릴까요?"

"어머 고마워요. 제가 요즘 바빠서 눈썹 정리할 시간도 없었네요."

그녀는 나의 눈썹을 정성껏 정리해 주고, 아이브로우로 예쁘게 눈썹을 그려주었다. 전문가의 손길에 난 두 배는 더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약속 장소로 향할 수 있었다.


그녀도 나도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았고, 그 흔적으로 습진이라는 병을 얻었다. 그래서 아프고, 따갑고, 간지러움으로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손님과 미용사로 만나 서로의 상한 손을 보여주면서 안타까워했다. 서로의 습진을 조금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친절한 격려로, 그녀는 손님의 눈썹을 손질해 주는 정성으로, 마음을 위로해 줄 수는 있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모양의 삶을 살지만, 공통적으로 해야 하는 경험도 많다. 그러니까 비슷한 상흔도 많을 것이다. 가볍게는 습진, 학교 너무 가기 싫고 피곤한 마음, 짜증스러운 직장 상사부터, 심각하게는 암과 같은 병이나 교통사고, 가장의 실직, 사업의 부도까지. 인생의 풍파로 인한 크고 작은 상처로 인해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곤 한다. 그럴 때, 한마디의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할 수 있는 작은 착한 일은 그런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이를 불쌍히 여길 수 있는 마음과 그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배려하는 고운 심성이 있다. 뜨거운 눈물과 따뜻한 심장을 가짐으로 타인의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인간이 가진 위대한 힘을 믿기로 했다.


다음번 미용실에 갈 때는 내가 잘 쓰는 핸드크림을 하나 사서 가지고 가야겠다. 그 사이 더 상해있을 성실한 그녀의 손가락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주면서, 그녀의 마음도 살짝 위로해 주고 싶은 착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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