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안한 내면 아이'는 몇 살인가요?

아니야, 그리고 괜찮아!

by 김하예라

한 번쯤은 짚어봐야 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일에도 종종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그 작은 일에도 마치 큰일을 겪은 듯 심장이 두근거리며, 온몸의 힘이 다 빠진 듯한 같은 심한 무력함에 빠지는 까닭을 알아야 했다. 왜 같은 일을 겪어도 남편은 멀쩡한데, 나만 그렇게 힘든지, 어째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끌어다 걱정하며 머릿속으로 열두 가지 버전의 소설과 이야기를 써대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인간의 불안함, 예민함에 대해 다룬 책들을 읽었고, 심리 상담 센터와 유명한 정신의학과를 찾아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자주 이토록 불안한 나'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나를 알아가는 오랜 여정 끝에, 나를 억누르던 그 집채만 한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내 정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불안한 내면 아이'였다.


사실, '불안'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혹시 사고를 당할까 하는 불안함과 염려 때문에 우리는 길을 건널 때, 신호등을 확인하고, 차가 오는지 아닌지 둘러본다. 밤에 자기 전에는 문이 잘 잠겨 있는지 한 번 더 단속을 하는 것이고, 일 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아 몸에 이상이 없는지 미리 확인을 하는 것이다. 갓난아기가 곤하게 자고 있더라 하더라도 엄마는 집안일을 하다 말고 한 번씩 온도와 습도, 아기의 기저귀 상태, 그리고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덕분에 우리는 차에 치이지 않고, 도둑으로부터 재산도 지키고, 제때 치료를 받아 건강을 유지하고, 아기는 별 탈 없이 백일과 돌을 맞이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 '불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저 심리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경험하거나,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어 마음에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이 생기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불안'으로만 가득 찬 한 명의 내면 아이가 생긴다. '내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자라지 않은 어리고 미숙한 상태로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가, 성인이 된 후, 불안의 단추를 누르게 되는 어느 날 불쑥 나타난다. 분명 성숙한 어른이 되었음에도 순식간에 정서적으로는 불안한 어린아이가 되어, 판단력도 잃고, 지나치게 옆 사람에게 의지를 하게 되고, 과도히 예민해진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나의 '불안한 내면 아이'는 몇 살일까? 심리 상담과 정신과 상담에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캐내어 알게 된 불안한 내면 아이는 '열 살'이었다. 그 무렵 아버지는 갑자기 신학을 공부하시더니 작은 교회를 열어 사역을 하셨다. 언제나 집에 계시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하셨다. 어머니는 일을 하시기 위해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셨고, 아버지는 교회에서 기도를 하시거나, 설교 준비를 하시는 날에는 집에 오지 않으시는 날도 있었다. 어린 나는 부모님의 부재, 경제적인 어려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더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고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불안한 많은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불안이 가슴 깊게 자리 잡은 열 살의 어린 나는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년간 내 마음을 괴롭혔던 '불안'의 원인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불안함이 올라올 때, 내 손으로 따뜻하게 나를 감싸 안아주면서 (그렇게 하라고 심리 상담 교수님이 알려주셨다.) 걱정, 근심, 염려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나에게 조그맣게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아니야. 너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열 살의 어린아이가 아니야.

괜찮아. 너는 이 일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훌륭한 어른이야."


별거 아닌 것 같은 두 단어, '아니야, 괜찮아.'는 잔뜩 긴장되어 있는 나의 마음에 안정을 되찾도록 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내 목소리를 통해 내가 원래는 자신감 있고, 능력 있고 노련하며 씩씩한 성인이라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서적 열 살 아이에서, 실제는 건강한 성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아니야, 괜찮아' 작업을 계속 이어갔다. 덕분에 나는 남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던 습관도 줄어들고,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는 다양한 일에도 담대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게 되었다. 혹시 사고 날까 봐 두려워 면허를 따고 나서도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운전도 시작했다. 걱정, 근심에 잠 못 드는 밤이 아니라 머리만 대면 잠에 빠지는 행복한 지경에 이르렀다.


작은 일에도 심장이 콩닥거리는 나, 생기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는 나를 호의적인 태도로 인정해 주고, 토닥여주고, 응원해 주기로 했다. 내 안에서 불안해하는 어린아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기로 했다.


'지금 기분이 계속될 것만 같고, 불안하고 무서운 나머지 잠이 오지 않고, 화가 나겠지. 하지만

아니야, 곧 지나갈 거야. 어린아이가 아닌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괜찮아, 지금까지 그래 왔듯 너는 이 세상을 잘 살아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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