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일까?

by 김하예라

요즘 나의 마음에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이걸 열지 말지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고, 유혹을 느꼈다 말았다 하는 것이 있다. 바로 CCTV이다. 요 작은 카메라 안에 담긴 내용을 보느냐 마느냐에 대한 갈등이 일어난다. CCTV를 집안에 다는 순간부터 그의 껌딱지 혹은 노예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보았다. 내 친구 부부는 돌이 갓 지난 아기의 방과 집안 곳곳에 설치해 놓은 CCTV에 연결된 화면을 쳐다보는 것이 하루 중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이 아빠는 딸이 잘 자는지, 잘 먹는지, 혹시 침대에서 떨어지지는 않는지 노심초사하면서 바라보느라 회사 일을 제대로 못한다. 아이 엄마가 24시간 붙어서 딸을 돌보고 있는대도, 아이 아빠는 혹시의 어느 찰나에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염려하는 마음에 CCTV 앱에서 눈을 뗄 수 없다고 한다.

CCTV 의존 현상은 그를 휴대폰 화면 앞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꽁꽁 묶어 놓은 듯하다. 혹시라도 CCTV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눈앞에서 아이가 소파에서 떨어지는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는 당장 아이에게 달려갈 수 없다. 애석하게도 화면과 아이 아빠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존재하기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곁에 있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얼른 일으켜서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만약 다쳤다면 안고 병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는 그가 CCTV 화면 앱을 아예 지우던지, 아니면 점심시간에만 켜길 바란다. 대신, 딸과 떨어져 있는 시간에는 자신의 아내를 철석같이 믿어주고, 회사에서는 일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일을 마치고 집에 얼른 달려와서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주면서 따뜻하게 격려해 주고, 아내가 편안히 육아 퇴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더없이 훌륭하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아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 교실의 CCTV 화면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는다. 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고 해도 나는 그 화면을 볼 생각이 없다. 앉으나 서나 대부분 아들 생각을 하는 아들 바보인 나 역시 CCTV 화면을 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휴대폰 화면만 쳐다볼 것이 분명하다. 아들이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 약은 먹었는지, 낮잠은 잘 자는지 아닌지, 선생님께서 내 아이에게 관심을 주 신는지 아닌지 흐릿한 화면으로 수시로 확인할 것이다. 만약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놀고 있는 모습을 직접 내 눈으로 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나는 하루 종일 마음이 무너져 일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글 쓰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일도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 문 앞에서 아들이 나에게 손을 흔들며 들어가고, 내가 어린이집 선생님께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리고 나면 그 길로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 내 아들을 믿어주고, 아들이 속한 사회의 친구들을 믿어주고, 돌보아주고 계시는 선생님을 신뢰해야 한다. 내가 하루 종일 안 들여다보고 있어도, 어차피 어린이집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이미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화면에 담아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내 아이에게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저장된 화면을 보여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다만, 그 권리를 평소에는 주장하지 않고 있다가, 정말 급할 때와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로 하는 것이다. 하루 동안 아이가 겪은 일은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매달 보내주시는 사진, 어린이집 다녀온 후의 아이의 표정을 잘 살피고, 아이의 의사 표현을 경청하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다.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 소상히 알려고 들면, 나는 분명 불안장애는 재발하고, 심각한 신경쇠약에 걸리고 말 것이다.

아이도, 남편도, 그리고 아내도 서로의 사적인 영역을 지켜주고, 그 선을 함부로 넘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이집 반 CCTV, 아이 방 CCTV, 딸의 인스타 DM, 혹은 남편의 이메일이나 컴퓨터 하드 속의 어느 직박구리 폴더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웬만하면 열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 상자를 열어서 그 모든 사실을 안다고 해도 정작 내가 누군가의 무언가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거나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슬픈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그리고 믿어주는 것, 긍정의 힘을 키우는 것.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그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도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 역시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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