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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Jan 27. 2018

[동네책방] 수원 교동 <88And1>

길가다, 책갈피 01

88And1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29-7)

http://m.storefarm.naver.com/88and1

http://blog.naver.com/hana_3710




강추위를 막기 위해 뽁뽁이로 완전무장한 '88And1'의 유리문



동네책방을 방문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 오픈 시간이 유동적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알바 없이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록창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운영시간만 믿고 방문했다가는 허탕치기 십상입니다.


저는 '수원 동네서점'을 초록창에 검색했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이름을 가진 <88And1>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현재 영업중인지를 확인하기로 했지요.


"여보세요, 혹시 오늘 오픈하셨나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네, 그런데 혹시 책 구입하려고 오시는 건가요?"


짧은 순간 저는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흠, 책에는 돈을 아끼지 않기로 했고 동네책방에 방문하면 기념품처럼 책을 한 권 구입하려고 했으니까, 책을 구입하려고 가는 거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꼭 구입하려고 가는 건 아니고 그냥 둘러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가는 것이기도 한데...


"아, 그냥... 구경하려고............"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쨌거나 짧은 통화를 마치고 저는 <88And1>로 출발했습니다.




상가건물 한쪽 코너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방 <88And1>의 사장님은 반색하며 아까 전화주셨던 분이냐고 제게 물으셨습니다.


앳된 얼굴의 사장님은, 작업실로 쓰려던 공간에 책을 몇 권 들여놓고 업종을 책방으로 등록한 것 뿐이라며 멋쩍어 하셨어요. 구입가능한 책이 별로 없어서 혹시나 제가 헛걸음 할까봐 책을 구입하려는 것이냐고 물어본 것 뿐인데, 전화를 끊고 나니 오해를 했을 것 같아 장문의 문자를 보내셨답니다. (저는 운전하느라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여하튼 저는 작고 따뜻한 공간에서 생강차 한 잔을 얻어먹고, 사장님 겸 작가님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 두권과 작가님이 참고하시는 여러 일러스트 책을 구경했습니다.


그림책 두 권 중에서 저는 《그냥 놀았어》가 맘에 쏙 들어서 구입하고 싶었어요. 손때 탄 샘플 외에 판매용 재고가 없다고 하셔서 아쉽게 돌아섰지만요. 작가님이 유치원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에요. 엄마가 "오늘 유치원에서 뭐했어?"라고 묻는 말에,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인데 아직 언어적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냥 놀았어!"라고 이야기하는 귀여운 유치원생의 이야기입니다. (지면인터뷰 ☞ https://blog.naver.com/hana_3710/221168747604)


작가님의 작업물로 빽빽하게 채워진 '88And1' 내부




작가님은 제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아니요?!"라고 0.5초만에 대답했지요. 보통 이렇게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작가님의 말에, 저는 "아, 브런치에 퇴사일기를 끄적이고 있기는 해요" 라고 괜한 말을 덧붙였습니다.


언젠가는(?) 책을 내겠다는 꿈으로 아무 글이나 떠오르는 대로 써재끼고 있는 저에게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는 유일한 곳이 바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입니다.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그 달콤한 호칭에 취해서 자꾸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주로 글을 쓰는 저는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림을 주로 그리시는 작가님은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대답하셨어요. 저는 시를 친근하게 느끼게 해 준, 정재찬 교수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추천해드리고 왔습니다.




사장님이라기보다는 동네 친구(?)와 잠시 담소를 나누고 온 기분이 드는 따뜻한 작업공간 <88And1> 방문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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