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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24. 2018

[Book] 간질간질 글쓰고 싶게 하는 책

《매일 아침 써봤니?》20180112 김민식 作

읽다가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인 책.

《매일 아침 써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를 개인적으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논스톱 연출, MBC 파업 같은 그의 개인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다보면 저자가 직접 눈 앞에서 강연을 하는 것처럼 그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참 멋있는 사람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삶. 멋집니다. 제가 꿈꾸는 삶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현실이 팍팍하니 꿈 같은건 접어두고 돈이나 벌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구태의연하게 '꿈을 이루기 위한 헝그리정신' 같은 걸 강조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처음에는 취미의 영역으로 시작하고, 그것이 잘 되다 보면 자신의 또다른 수입창출의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아주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아주 쿨하게 '딴짓으로 돈을 벌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놀 때 그냥 수동적으로 놀지 말고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놀아야 합니다. 놀이를 더 잘하려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열심히 놀다 보면 놀이에서 준전문가의 영역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주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정도 받고 동호회에서도 논객 대접도 받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매체에서 연락이 오거나 관련 콘텐츠 기업에서 제작 의뢰가 옵니다. 노는 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이 와요. 그냥 논다고 해서 직업이 되진 않아요. 열심히 일하듯 놀아야 합니다.

- 《매일 아침 써봤니?》p.9
저의 꿈은 퇴직 후에도 조금씩 수입을 올리는 것입니다. 평생 일하며 부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생활비로 쓰고, 취미 삼아 하는 일로 월 100만 원만 벌어도 좋겠어요. 한 달에 원고료 30만 원, 강연료 50만 원, 인세 20만 원을 버는 게 꿈입니다.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저는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가서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나는 왜 쓰느냐, 즐거운 노후 생활을 위해서입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p.98


먹고사는 일과 본인의 열정을 잘 버무려서 사는 삶. 공중파 방송사 PD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서도, 끊임없이 블로그니 영어공부니 강연이니 하는 것들에 기웃거리며 자신의 외연을 넓혀가는 삶.  


저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제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삶의 방향을 김민식 PD가 권하고 있었고, 저는 그걸 보면서 제 선택에 대한 확신과 뿌듯함, 그리고 희망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 수준을 비교하자면 저와 저자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제 수준은 아직 미약하지만요.


'그래, 나 잘 하고 있어! 물론 레벨은 전혀 다른 수준이지만 그래도 삶의 방향은 저자와 비슷하게 가고 있으니까, 나도 저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 허무맹랑한 꿈을 꿔 봅니다.




저는 감히, 저자인 김민식 PD와 저 사이에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첫번째 공통점, 글을 쓰고 읽기를 아주 좋아한다는 점. 

저의 특기는 독서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굳이 시간과 공간을 따로 찾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나 짬만 나면 읽습니다. 화장실에서 정 읽을거리가 없으면 비데 사용법이라도 읽습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p.172


저는 어릴 적 옆집 친구네가 동화책 전집을 새로 사면, 친구랑 친하지도 않으면서 매일 그 집에 놀러가 전집을 섭렵하곤 했습니다. 할머니댁에 가서 심심하면 구석에 굴러다니던 농민지 같은거라도 붙잡고 읽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읽고 싶은 소설이 있으면 시험 전날에도 소설책에 퐁당 빠져있었습니다. 글씨를 쓰기 시작한 때부터 직장생활에 허덕거리던 지금까지도 차곡차곡 일기를 쓰고 있기도 합니다.


저처럼 이렇다 할 성과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읽고 쓰는 이들에게 김민식 PD는 "매일의 기록이 쌓여 비범한 삶이 된다"(5장 소제목), "쓰는 인생이 남는 인생"(6장 소제목) 이라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줍니다.



두번째 공통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을 벌린다는 것.

블로그를 하면서 육아 칼럼니스트로, 등산 잡지 셀프 발행인이자 프리랜서 기자로, 영어 학습서를 펴낸 작가로 변신할 수 있어요. 내게 필요한 스킬이 있다면 블로그에 카테고리 하나 추가합니다. 해당 항목에 관련된 책을 읽고 전시회를 다니고 강연을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을 하나하나 추가해갑니다. 포스팅 수가 늘고, 방문자 수가 늘수록 삶의 기술이 하나하나 늘어납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p.10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 스윙댄스를 배워 강사까지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여전히 1년에 두세번은 춤을 추러 가지요. 또 직장을 다니면서는 브런치 포스팅을 시작했고, 두둑한 명절 상여금으로 디지털 피아노를 들였고, 중국어 학원을 다녔고, 캘리그라피, 색연필그림 같은 잡다한 취미에 기웃댔습니다.


물론, 김민식 PD 가 말한대로 '몰입해서 열심히 일처럼' 했던 것은 여전히 읽고 쓰는 일이고, 그 외에는 그냥 발만 담그고 구경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긴 합니다.



김민식 PD와 제가 가장 다른 점. 저는 저자만큼 성실한 글쟁이가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김민식 PD는 직장인이자, 남편이자, 아빠입니다. 저보다 훨씬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해야 함에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쓰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매일 꾸준히 일정하게 써야 좋은 글을 많이,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기에 매일 새벽 5시면 절로 눈이 떠집니다. 그때부터 블로그에 올릴 글을 씁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회사 업무가 시작되기 전 그 시간이 유일하게 저 자신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중략) 업무도 아니고 누가 돈을 주는 일도 아닌데 새벽에 잠을 떨치기는 쉽지 않아요. 글쓰기가 즐거우려면 일찍 자고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저녁에 아이를 보다 함께 잠들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제 시간관리의 핵심입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p.133


저는 여전히 게으르게, 글을 몰아쓰는 타입입니다. 글이 좀 써진다 싶은 날에는 두세개를 몰아 쓰고, 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변비처럼(?) 속에서 묵힌 채로 며칠을 그냥 보내기도 하지요. 좀 더 부지런하고 성실한 글쟁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김민식 PD는 나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어제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나은 내가 되자'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제가 꿈꾸는 멋진 삶의 모습입니다.


제가 그런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넌 참 유별나다' '왜 그렇게 뭘 하지 못해서 안달이야?' '그냥 직장 다니고 나이들고 결혼하고 애키우다 보면 그런거 다 없어진다'며 김을 팍 새게 하기 일쑤였습니다.


저보다 약 20년을 앞서 산 김민식 PD는, 이렇게 수십년을 열심히 놀다보면 성공 비슷한 걸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부류의(?) 인간들에게 희망이자 롤모델이 되어주시는 김민식 PD를 응원합니다.


비범한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매일 기록하니까 비범한 삶이 되는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달립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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