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80314 이장훈 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05년 개봉한 동명의 일본판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손예진과 소지섭의 로맨틱 코미디스러운 연기를 잘 살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리뷰 보기 ☞https://brunch.co.kr/@beautipo/134)
그래서 오랜만에 일본판을 다시 보고, 일본판과 한국판에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한국판과 일본판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달라서, 아래 글에서는 '남자' '여자' '아들'로 통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감상에 크게 방해가 될 만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일본판에서 남자는 고교시절 육상선수 경력이 있고, 현재는 평범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판에서 남자는 고교시절 수영선수였고, 현재는 물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는 수영장 청소부로 등장합니다.
두 버전에서 공통적으로 남자는 알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어 몸이 약하다는 설정인데요, 한국판에서는 '물'이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좀더 위급하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판은 일본판에 비해 아들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남자와 여자의 러브스토리가 중심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영화 초반에서 남자와 아들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여자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대화를 나누는데요. (꼭 돌아올거라는 의미로) "엄마는 거짓말하지 않잖아!" 라는 대사를 일본판에서는 남자가 아들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죽은 아내가 돌아올 것을 믿고 있는 남자를, 주치의가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요.
그러나 한국판에서 남자는 여자가 돌아올 것임을 별로 믿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들은 비가 오기를 바라며 해가 쨍쨍한 날에도 늘 우비를 입고 다니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는 거짓말하지 않잖아!"라고 이야기하지만, 남자는 진실을 이야기해줄 수 없다는 듯 슬프고 안쓰럽게 아들을 바라봅니다.
일본판에서 아들은 인형을 거꾸로 매달면서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엄마가 비가 오는 계절에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믿으면서 말이죠. 이 인형은 '맑음 인형'이라고 불리는데 처마 밑에 달아두면 날씨가 맑게 개이고, 거꾸로 매달아두면 비가 내린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한국판에는, 한국 관객들에게 좀 더 익숙한 네잎클로버가 맑음인형을 대신합니다. 아들은 네잎클로버를 열심히 모아 창문에 붙이는데요. 네잎클로버를 10개 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으면서 죽은 엄마가 돌아오기를, 그리고 다시 사라져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죠.
기억을 잃은 여자는 남자에게 둘의 연애 스토리를 묻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처음 만난 날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두근두근 러브스토리를 하나씩 들려주고, 관객들은 회상씬으로 그 이야기를 엿보게 됩니다.
대학생인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 흔히 말해 두근두근 미묘한 '썸'을 타던 어느 날의 이야기입니다. 일본판에서는 남자가 먼저 "주머니에 손 넣어도 돼." 라고 이야기하고,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수줍게 남자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습니다.
한국판에서는 여자가 먼저 용기를 내어 남자의 주머니에 손을 불쑥 넣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판의 남자(소지섭 분) 캐릭터가 일본판에 비해 찌질하고 코믹하게 묘사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본 원작에 비해 한국판은 확실히 귀여운 부분이 많습니다. 남자(소지섭)의 고교시절 단짝이자 동네 빵집 주인인 고창석 역할도 일본판에서는 비중이 매우 낮았고, 까메오로 출연한 공효진은 일본판에는 전혀 없던 캐릭터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코믹한 장면들도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깨알같은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