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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y 18. 2018

[Movie] 슬픔, 증오, 사랑, 위로의 영화

《케이크 메이커》 20180524 오피르 라울 그레이저 作

영화 《케이크 메이커》에 대한 제 리뷰를 읽으시기 전에, 영화 예고편을 보고 오시기를 권합니다 :)

http://tv.kakao.com/v/385904391


사랑을 잃은 자들, 서로를 끌어안다
세상 어딘가 홀로인 우리 모두를 위한
달콤하고 진득한 위로 한 조각 

사랑의 흔적을 찾아 이국 땅으로 향한 파티쉐 ‘토마스’ 
사랑을 잃고 안간힘으로 버티는 카페 여주인 ‘아나트’ 
사랑을 떠나기로 결심한 케이크 애호가 ‘오렌’ 
그리고, 그들을 치유하는 달콤한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 

사랑의 본질에 관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 글은 Daum 영화 페이지에 있는 영화 《케이크 메이커》 의 소개입니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3618)


저는 이 소개와 예고편을 보고서,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렸습니다. 쿡방과 먹방, 즉 밀가루를 반죽하고, 쿠키를 굽고, 달콤한 케이크를 한 입 먹는 장면들이 풍성하게 등장하고, 내면의 아픔을 위로받는 그런 영화겠거니, 짐작하며 시사회를 보러 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도입부부터 저의 모든 예상을 가볍게 깨트렸습니다. 물론 케이크가 중심 소재인 것은 맞고, 또 케이크에서 아픔을 위로받는 것도 맞습니다. 영화 소개에서처럼 "사랑을 잃은 자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것도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서로를 끌어안"는 과정 중에, 제 예측대로 전개되는 구석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머릿속엔 물음표(응?)와 느낌표(헐!)가 계속 번갈아 떠다녔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죠. 제 예상에는 완전히 벗어났지만,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대중성이 떨어지는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저는 영화 안에서 모든 것을 지나치게 친절할만큼 설명해주는 것보다는, 일정 부분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놓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케이크 메이커》가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는 그곳에 왜 갔을까? 그녀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을까?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그렇게 되었을 때 그녀는 슬펐을까, 아니면 화가 났을까?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이런 의문들이 제게 진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각 장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글의 뒷부분으로 미루겠습니다.)

  

《케이크 메이커》에는  대사 없이 등장인물들의 제스쳐와 표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 장면들에서 배우들은 놀라울만큼 복합적인 여러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아하, 지금 슬픔을 연기하고 있군!"하고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픈 장면인것 같은데... 표정이 슬퍼보이기도 하는데.... 미묘하게 화가 난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갈등하는 표정인가?" 하게 되는 거죠. 관객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는지에 따라, 같은 장면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달까요.



저는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에 초대받아 《케이크 메이커》를 보고 왔는데요, 영화에 등장한 케이크와 쿠키의 레시피가 상영관 밖에 판넬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독일 케이크라는 '블랙 포레스트'가 영화 속에서 너무 탐스럽고 맛있게 보여서,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판넬을 사진으로 찍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븐도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역시 영화에서와 같은 맛은 나지 않겠죠?!


《케이크 메이커》는 베를린의 "Cafe Kredenz"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그 카페는 베를린에 실제로 존재하는 카페였습니다. 구글에 검색하니 영화에서 봤던 아기자기한 카페가 그 모습 그대로 보입니다. 별 것 아니지만 신기했습니다. 



독일에 여행을 간다면 꼭 Cafe Kredenz에 들러서, 영화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앉은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단상들의 모음입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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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케이크를 먹다가 접시까지 핥아먹는 아나트의 모습. 그녀는 접시에 남은 케이크 조각을 핥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보이지 않는 토마스와 사랑을 나누는 듯 했다. 접시를 핥는 코믹한 모습이 이렇게 에로틱하게 표현될 수 있다니.


토마스는 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내와의 잠자리를 구체적으로 물었을까? 토마스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정상'적인 제도권 내의 관계를 그런 식으로 갈망했던 걸까? 


오렌을 잃은 토마스는 왜 예루살렘까지 와서 아나트를 찾았을까? 연인의 구남친, 구여친을 염탐하는 그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면 본인은 가질 수 없었지만 오렌은 가지고 있었던 '가족'을 갖고 싶었던 걸까?


자신에게는 없는 따뜻한 가족을 가진 오렌이, 알고보니 그 가족을 버리고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토마스는 기뻤을까? 잔인하게도 그 선택 때문에 오렌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슬펐을까? 아니면 진한 그리움과 슬픔에, 약간의 안도와 행복이 묻어 있었을까?


바람을 피운 남편이 사고로 죽어버렸다. 죽일 만큼 미웠는데 미워할 수도 없게 되었을 때, 아나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마음을 기대고 상처를 위로받았던 이가, 사실은 남편의 연인이었고 내 불행의 씨앗이었음을 알았을 때, 아나트의 가슴은 어디까지 찢겼을까?


오렌의 엄마는 토마스의 정체를 알고 있었을까? 뜬금없이 "내 아들을 아시나요?"하고 묻는 행동이나, 토마스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토마스의 눈 안에서 오렌의 흔적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에게 제공되는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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