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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y 06. 2018

[북카페] 인천 계산동 <바달로나>

길가다, 책갈피 05

바달로나

(인천 계양구 계산로68번길 1)

https://www.instagram.com/cafe_badalona/


대학교 앞 작은 거리, 학생들이 쉽게 찾을 만한 허름하고 소박한 떡볶이집이며 삼겹살집 사이에서, 카페 <바달로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붓으로 대충 칠한 것처럼 결이 남아 있는 회색 벽. 전선이 그대로 노출된 레일조명과 노란 알전구. 무채색의 탁자보.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램프. 구석에 놓인 옛날 오르간. 아무 것도 걸려 있지 않은 벽면의 액자.



'꾸밈없이 소박하면서도,' '불편할만큼 허름하지는 않은' 그 경계를 지키기가 참 어렵지요. 원래 아무렇게나 대충 꾸민 것처럼 꾸미는게 가장 어려운 법이거든요. 카페 바달로나는 그것을 잘 해낸 공간입니다. 


따뜻하고 아늑한 곳. 제 글쓰기 아지트로서 완벽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왠지 없는 영감도 떠오를 것 같은, 글이 마구 써질 것 같은 헛된(?!) 기대를 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스페인의 어느 작은 바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카페에 흐르는 음악입니다. 제가 카페 <바달로나>에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중간중간 스페인어 멘트가 들어가는 것이, 마치 스페인의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 같았어요.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해 확인은 하지 못했습니다 ^^;)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 씨가 자기 집 문이나 열고 나가면, 캐나다의 멋진 거리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죠. 카페 <바달로나>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카페의 이름 역시 스페인의 '바달로나' 라는 지명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평범한 카페 메뉴들 사이에 스페인의 전통음료 Horchata(오르차타) 가 있고, 스페인 하몽을 올린 베이글을 팝니다. 평범한 대학가 한 구석의 카페에서 스페인 음악이 흐르고, 심지어 한국의 어느 가게에서도 본 적이 없는 Siesta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 감출 수 없는 스페인의 흔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의아하던 찰나, 카운터 너머를 흘깃 넘겨다보며 아하, 싶습니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여자 사장님 등 뒤로, 소파에 앉아있는 스페인(으로 추정되는) 남성분이 보입니다. 그리고 카운터에 진열된 <바달로나> 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 이 추측은 완전한 확신으로 바뀝니다. 이 설명은 직접 방문하셔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처음 먹어본 스페인음료 '오르차타'




카페 <바달로나>는 여러 모로 독특하지만 가장 눈에 띄게 독특한 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독립출판을 위한 작업실을 겸하며, 다양한 소모임이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독립출판 사업과 바달로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모임에 대한 소개가 아래와 같이 카페 내 안내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


둘째, 카운터를 기준으로, 카운터 뒤 개인공간과 카운터 앞 홀 공간의 면적이 비슷합니다.

카운터 뒤에는 소파와 탁자가 놓여있고, 카페 주방이라기보다는 흡사 가정집 거실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두 사장님의 작업실 겸 휴식공간이라고 합니다.


카페<바달로나>, 카운터 뒤로 보이는 소파와 개인공간.


셋째,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주문을 받지 않는 Siesta가 존재합니다.

스페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라 그런지, 스페인의 관습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습니다. 단, 해당 시간에 주문은 불가하지만 카페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쉬는 것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Siesta(시에스타) : 이탈리아·그리스 등의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아메리카의 낮잠 풍습을 말한다. 한낮에는 무더위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므로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여 저녁까지 일을 하자는 취지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한 학교 친구가 우연히 이 카페에 왔다가 '출판'이니, '글쓰기'니 하는 키워드를 보고는 제 생각이 났다며 카페 <바달로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브런치에 어줍지않게 글을 쓴다며 홍보(?)를 하고 다닌 덕분에 이 곳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것 같네요.


첫 방문에는 중간고사 공부에 쫓겨 정신없이 공부만 하다 갔고, 두 번째 방문은 중간고사 두 개를 산뜻하게 끝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빗소리와 음악소리가 어우러지는 곳. 약간 어둡고 조용한 카페 안에 앉아서 작은 문 밖으로 바쁘게 걷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다른 세계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카페 <바달로나> 안에서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마도 이 곳은 저의 아지트가 될 것 같습니다.


카페<바달로나>, 유리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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