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 책갈피 06
(경기 양평군 서종면 중미산로 5)
https://www.instagram.com/moonhori_bookstore/
<더좋은 문호리 책방>은 양평 서종면 문호리에 위치한 책방입니다. 책을 팔아서 떼돈을 벌기엔 조금 독특한 위치선정일지도 모릅니다. 고속도로를 나와서도 20여 분은 더 들어가야 하는 곳.
저는 그 유명한 양수리를 포함해서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더좋은 문호리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미세먼지 없이 화창했던 5월의 어느 오후를 보내기에 딱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더좋은 문호리 책방>은 서울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내려온 부부가 차린 곳입니다. 한 건물 3층과 4층을 나눠쓰며, 남편분은 3층에서 <더좋은 글쓰기 학원>의 원장을 맡고 계시고, 아내분은 4층에서 <더좋은 문호리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부부는 일을 그만두고 문호리에 내려와, 한적한 전원생활과 치열한 경영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하는 삶이 멋있었고, 또 부러웠습니다.
물론, "좋으시겠어요."라는 제 말에 두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합니다. "너무 좋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은 현실이 녹록치는 않다"고요. 그런데 같은 이야기를 정반대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산새 지저귀는 소리에 행복하다"고 말이죠.
제가 살고 있는 경기남부권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가는 곳임에도, "양평"이라는 지명이 주는 심리적 거리감이 상당하기는 합니다. 왠지 쉽게 가기 힘든 '먼 곳'으로 느껴지는 것이지요.
오늘 저녁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세상에, '그 먼 곳'까지 굳이 책을 사러 간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책-연(冊緣)'을 믿는 분이라면 찾아볼 만 합니다.
어제 대형서점에서 분명 같은 책을 보고도 별로 감흥이 없어 지나쳤는데, 오늘 우연히 다른 곳에서 그 책을 마주치고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 책을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이러한 책-연을 만들기에 <더좋은 문호리 책방>은 최적의 장소입니다.
책방에 오는 길에는 북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져 나들이 가듯 가슴이 설렙니다.
도착하면 책방 입구에는 사장님이 엄선한 새 책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넓은 중고서적 코너가 있는데, 흡사 도서관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될 만큼 널찍한 테이블이 여럿 놓여있고 벽면에 온갖 책들이 가득합니다. 새 책도 좋지만 누군가의 사연이 담겨있을 것 같은 중고책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창 밖으로는 얕은 개울이 흐르고 야트막한 언덕에 지어진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사장님 부부의 집도 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책방에 가면 기념품처럼 늘 책을 한두권 사오기는 하지만, 저는 예정에 없이 책을 네 권이나 사들였습니다. 문호리의 분위기에 취해서였을까요.
하지만 정말로 꼭 읽고싶은 책만 골랐는데 네 권이 된 걸 어떡하겠어요. 집에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열 권은 되는 것 같은데. 집에 잠들어 있는 책들과도 언젠가 책-연이 닿으면 딱 그 책만의 타이밍에 읽게 되겠죠? ^^;
<문호리 더좋은 책방>에서는 북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 부부와 귀여운 돌쟁이 아기 새봄이가 사는 양평 문호리의 전원주택에서 하룻밤을 함께 하는 것인데요. 저는 주말에 시간이 나지 않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입니다. (https://blog.naver.com/munhori_bookstore/221261349614)
하여간 <문호리 더좋은 책방>은, 책을 사고 싶어서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나와 인연이 닿는 책을 만나기 위해 가는 곳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한 번 들러볼 만 합니다.
초록창에 양평 관련 검색을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구하우스'와 '문호리 리버마켓'이 근처에 있으니 겸사겸사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