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살의 교대 새내기 라이프 -
2018.9.4(화) / 교대 입학 191일째.
수업에서 여러가지 교육 사상이나 교수학습 이론을 배우다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은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를 그려보게 된다. 가령,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는 화목하고 행복한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라던가.
의미없는 즐거운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늘 한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내게 배우는 아이들을 그런 사람으로 길러낼 수 있을까?"
교육학 수업 시간에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공부에 치여 행복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이 연이어 등장했다. 마치 아이들이 화면 밖의 예비 교사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왜 배워야 하느냐", 그리고 "당신들은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고 말이다.
학창 시절, 내게 공부와 시험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어떤 날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어려웠고, 어떤 날에는 학원을 빠지고 친구 생일파티에 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부는 내게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아빠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처럼, 어린 시절의 나는 내 앞에 주어진 '당연한' 공부를 개미처럼 근면하게 해내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노력을 투입한 만큼 개인적 성취감과 타인의 인정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내게 공부는 보람있고 즐거운 것, 성취의 과정이자 결과물, 그리고 자존감의 근간이었다.
“왜 배우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반감을 가진 적 없던 나의 어린시절. 그것이 내 부모님께 여전히 큰 자랑이겠으나, 많은 시간을 돌아서 예비교사로 이 곳에 선 나는 그 사실이 가장 두렵다.
과연 나는, 어린시절의 나 자신과 대척점에 서있는 아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자양분을 길러주고, 그 아이들 각각의 인생에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1등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남들보다 두세배 노력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또는 공부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정작 나는 그런 삶을 알지 못하는데 말이다.
이것이 내게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짧게는 교대생으로서 4년간, 길게는 교직 생활 전체에 걸쳐 풀어야 할 숙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