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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Jul 10. 2016

[Book] '헬조선'의 직장인들을 위한 위로의 글_1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20160315 군터 뒤크 作


[#1 Intro]


바야흐로 '헬조선' 시대입니다. 이제는 아주 익숙한 단어이지만, 그 뜻을 찬찬히 뜯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Hell'은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인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지옥과 같은 세태를 뜻하고,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이 우리나라 특유의 악습과 미개함 때문이라는 뜻에서 'Hell' 뒤에 '조선'을 덧붙여 만든 신조어죠.


우리는 이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단어를 습관처럼 어디에나 붙여서 씁니다. 워킹맘의 고충, 지리멸렬한 직장생활, 프랜차이즈에 밀려나는 자영업자, 그 밖에 청년실업, 실버푸어, 남혐여혐 문제까지,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 '헬조선'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귀결됩니다.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는 회사에서의 '집단 어리석음'을 분석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의 흥행에도 앞서 말씀드린 '헬조선'에 대한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답답함과 울분을 '집단 어리석음'이라는 이름으로 정확히 짚어내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음의 매커니즘'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마치 책이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힘듦을 정당화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아. 난 네가 왜 힘든지 알고 있어.
네가 힘든건 네가 나약해서가 아니란다.


저 역시 '未生'의 삶을 살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제 삶을 낱낱이 뜯어본 듯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과 위트에 흠뻑 빠져 한 권을 뚝딱 읽어내려 갔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 저의 메모와 밑줄로 책이 온통 울긋불긋해졌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더 깊은 허무와 우울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 집단 어리석음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자/리더로서 당신은 이렇게 해야한다! 로 책이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아.... 나 이거 왜 읽었지?


내가 처한 현실의 부당함을 좀 더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 것에서 온 우울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 3년차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집단어리석음'으로 가득찬 곳을 떠나는 것 외에는 없다는 허무함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내가 무탈히 직장생활을 계속한다면, 한 10년이나 15년 뒤 정도에 내가 담당하고 있는 (아마도 한자리 수 규모의) 작은 조직에나 소소하게 적용해볼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곳곳에서 제가 느낀 공감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책 본문에 소개하고 싶은 보석같은 표현이 너무 많아서, 고르다 고르다 한 개의 글에 모두 녹여내기를 포기하고 이 글을 시작으로 3~4개의 글에 걸쳐 주제별로 자세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의 저자가 독일 IBM CTO 출신의 독일인이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자조적으로 외치는 '헬조선 직장'이라는 것이 사실은 '헬조선' 이 아니라, '집단 어리석음'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니, 위로를 받아야 할지 더욱 분개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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