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utiPo Jul 10. 2016

[Book] '헬조선'의 직장인들을 위한 위로의 글_2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20160315 군터 뒤크 作


[#2_집단 지성 vs 집단 어리석음]


이 책이 나오기에 앞서 한 때 '집단 지성' 이라는 단어가 마법과 같이 어디에나 통했습니다. 본래의 뜻은 점점 희미해지고, 단지 집단(여러 명)이 머리를 모으면 한 사람의 개인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죠. 저자는 이 '집단지성'의 판타지를 먼저 지적합니다.


집단 지성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각종 인터넷 포럼이나 구글에 등록된 친구들, 혹은 트위터 팔로워나 페이스북 친구들 가운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정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한다. 말하자면 기쁨과 즐거움만으로 문제 해결에 협력할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  (중략)

이 팀에서는 누구도 부수적인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으며, 어떤 사람도 개인으로 부각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서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일만을 순전한 기쁨으로 여긴다. (중략)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한 지점인데 - 모두 다시 저마다 각자의 길을 간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무리가 감당한다.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43


즉, 집단 지성이란 그저 여러 명이 모여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을 발휘해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집단'은 자발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의무감이나 힘의 논리에 떠밀린 구성원들로 가득찬 '집단'은 '집단 어리석음'으로 빠져들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가 자신이 원하는 전체의 모습을 매우 애매하게 그린다.

"우리 기업의 유일한 목표는 매년 수익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올해의 수익증가율을 12%로 잡았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Vision 이라는 단어는 본래 '눈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12%'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물론 앞으로 어떤 고난과 질책이 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초과 실적 운운하면서 매주 얼마나 볶아댈까. 
(중략)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49
좋은 형태를 가진 전체와 스마트함, 천재적인 단순함은 개인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몇 배로 되돌려준다. 하지만 집단 어리석음은 에너지를 파괴한다. 도처에서 같은 불평이 들려온다.

"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 뿐이야."
"힘을 합쳐 공동의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야."
"회사가 직원만 뺑뺑이를 돌려."
"엔진은 과열되는데 조금도 진전이 없어."
"사장의 말이 아침저녁으로 달라."
"미친 듯이 달리는데 왜 계속 제자리인 것 같지."
"이럴 거면 차라리 쳇바퀴나 돌리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런 무의미한 쳇바퀴 돌리기야말로 오늘날 에너지 허비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야말로 낭비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과는 없다. 집단의 힘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수학자인 나는 자연스레 벡터함수를 떠올렸다.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53


애당초 '집단 지성'이 불가능한 구조의 집단에서 우리는 집단 지성을 산출해내기를 강요당합니다. 그러면서 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상사와 회사를 탓합니다. 위의 예시처럼 '차라리 쳇바퀴나 돌리자' 라는 체념과 패배의식에 물들게 되는 것이죠.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바로 이런 개인의 '의식의 변화' 였습니다.


처음에는 불합리한 집단의 구조와 논리 때문에 생겨난 그 패배의식은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집단만 벗어나면, 이 비합리성만 없어진다면 다시 개인의 반짝이는 능력을 펼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면 이 패배의식이 점차 개인의 생각을 모두 점령해버립니다. 이제 이 사람은 '집단 어리석음'의 숙주가 되는 것입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집단에서 어쩌면 이 사람은 '집단 어리석음'을 전염시킬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 자신이 '집단 어리석음'의 피해자에서 또다른 숙주가 될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를 항생제 삼아, 제가 숨쉬고 일하는 곳곳에 가득한 이 집단 어리석음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Book] '헬조선'의 직장인들을 위한 위로의 글_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