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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Jul 20. 2016

[Book] '헬조선'의 직장인들을 위한 위로의 글_3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20160315 군터 뒤크 作



[#3_ 유토피아 증후군과 번아웃 증후군]


"Burn out"
1 다 타다 [(다 타고) 꺼지다]
2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나게 하다]
3 에너지를 소진하다 [소진하게 만들다]
-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피로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번아웃 증후군' 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단어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번아웃 되어서 짜증과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건드리면 펑!하고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에서 저자는 이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을 '유토피아 증후군'으로 설명합니다.

폴 와츠라위크와 존 위클랜드, 리처드 피시의 공동 저서 《변화하라Change!》에는 '유토피아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원하는 정도의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혹은 인정하지 못해 집요하게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주의자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유토피아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는 금기시되는 질문이다. 때문에 유토피아주의자는 왜 실패가 반복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화만 내며 엉뚱한 핑계를 찾는다.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63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무턱대고 밀어 붙이는 리더의 '유토피아 증후군' 탓에 그 아래의 실무자들은 번아웃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거죠.


책에는 고상한 언어로 쓰여있으니 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이 유토피아 증후군을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젊은 열정과 패기로 노오력을 더 했어야지!" 라고 비꼬는 유행어에서도 이를 잘 볼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것, 불합리한 것을 강요당하고 그것을 꾸역꾸역 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소위 "노오력" 이라는 유행어로 대변되는 것입니다.


유토피아 증후군이 번아웃 증후군을 초래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매번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해내야 한다.
이 문제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당신의 일자리를 지켜라."
경영진은 먼저 기업이 짜낼 수 있는 최대한의 수익이 얼마인지 계산한다. (중략) 곧이어 경영진은 이렇게 계산된 수익을 '목표'라 선포하고, '도전 과제'라 부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실현하는 것을 '전략'이라고 말한다. 경영진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따져보지 않고 유토피아적인 목표를 세운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기업이 그랬다.

"시장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빨라야 한다!" 또는 최소한 "경쟁사보다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가능성은 살피지 않고 자기가 최고라 선언한다. 아무튼 경영진은 "우리가 최고다"라는 선포로 언론을 도배해놓고 직원들을 닦달하고 압박한다.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된 목표를 실제로도 성취하라는 강요가 거침없이 쏟아진다.(중략)

경영진은 직원들을 협박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매번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해내야 한다. 이 문제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당신의 일자리를 지켜라."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68


이렇게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채찍질 당하는 조직에서 집단지성은 전혀 발휘될 수 없습니다. 기꺼이 협력하고 기여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의지는 온데간데 없고, 아무런 의미 없는 의무와 부담만이 조직을 지배하고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직은 분열됩니다.


책에는 인력 활용도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개인이 소화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치를 100으로 보았을 때 현재의 업무량은 어느정도 되는지를 수치로 표현한 것입니다.


인력 활용도의 적정 수준은 업무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방관이나 경찰관은 평소에는 대기 상태로 업무 활용도가 0에 가깝더라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시 대응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의 사무직은 85%정도면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외에 창의적인 기획 업무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토피아 증후군에 사로잡힌 리더의 눈에 85%의 인력 활용도는 부족합니다. 직원들이 15%만큼의 여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15%를 쥐어짜냅니다.


실제 현장에서 경영자는 정상 근무시간의 100% 이상을 일해도 숨을 돌릴 수가 없다. 활용 가능한 시간의 100%를 쥐어짜 잔무의 30%를 해결해야 활용도는 간신히 85%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그동안 새롭게 늘어난 일거리가 기다린다. 안타깝게도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혼란 상황에서는 당연히 실수 발생률이 높아진다. 인력 활용도 100% 이상의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어떻게든 일거리를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일정은 지연되고 품질 관리 역시 허술해지며 안전 수칙은 무시되기 일쑤다. 요컨대 상품에 숱한 결함이 생겨난다. (중략) 20%, 30% 초과 근무로도 부족해 오로지 마감이 임박한 일만 처리하게 된다. 최소한 마감은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불평이 거듭되면 최고 경영진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병가를 내는 직원과 '번아웃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직원이 늘어난다.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92


이쯤 되면 무엇이 문제인지 깨달을 법도 한데, 리더는 계속해서 헛다리를 짚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그 해결책이란 것이 오히려 문제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합니다.


아마도 회장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당장 보고서를 써내라고 할 것이다. 당황한 직원들은 저마다 고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 정신없이 보고서를 쓰리라. 이렇게 다시 추가 업무가 생겨난다. 이런 식으로 대다수의 기업이 과부하 파국을 맞는다. 반작용은 또다른 반작용을 낳으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99


이런식으로 업무는 줄어드는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저 위'에서는 그저 중간 관리자들만 닦달하고 있다.
최고 경영진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살피려 하지 않는다.
시급히 전문가의 평가와 조언을 받아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전문가는 당장 정확한 수치가 적힌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모든 것을 철저히 점검한다! 이제 각 분기의 수익뿐 아니라 아래 사항들도 감사 대상이 된다.

*주간 성과, 고객 관리 현황, 계약의 정확도, 품질, 취소된 프로젝트, 안전성, 지출 내역 및 관리 현황, 직원의 건강, 초과 근무 실태, 직원 성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데이트 상황, 출장 비용 관리*

(중략) 이런식으로 업무는 줄어드는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저 위'에서는 그저 중간 관리자들만 닦달하고 있다. 최고 경영진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살피려 하지 않는다.

(중략) 이처럼 오로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행태, 그중에서도 가장 짜증스러운 행태가 버젓이 명령으로 행세한다. 저 위의 관심은 그저 아래를 '통제'하는 데 있다.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p.92


한 편의 촌극 같아서 헛웃음이 납니다. 정장을 갖춰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잰 체를 하는 경영진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글을 읽는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무릎을 치며 공감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만큼 많은 집단에서 아주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집단의 구성원들은 집단 어리석음에 온통 오염되고, 개인의 열정과 열심은 일 밀어내기와 변명으로 대체됩니다.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불평과 불만만 가득하게 됩니다.


이 집단 어리석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책은 결국 "집단 어리석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이래야 합니다!"로 끝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대부분의 독자는 반대의 입장에 처해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담당업무의 특성상 취업준비생들과 신입사원들을 가장 많이 만납니다.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저의 주 업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제가 속한 곳도 부족한 점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담당자'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 조직의 밝은 면들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인력이 많이 들어가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똑똑한 개인을 집단 어리석음의 소굴(?)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적 갈등이 있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입사한 동료들 중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더 좋은 회사에 기회를 얻어 옮겨간 친구들도 있고, 여기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도망치듯 떠난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업이라던지, 음악이라던지 하는 잊고 있던 꿈을 찾아 떠난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은 떠나지 않는 쪽입니다.

무엇이 나를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맞는 길일지 아직은 고민하고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고 있습니다. 물론 단지 떠나기 위해서만 칼을 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 계속 남아있더라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인정받는 존재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집단 어리석음을 이용하는, 또는 확산시키는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외국어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생으로서의 제가 집단 어리석음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소극적인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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