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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 그리고 글을 쓰지 않는 이유

그래도 글을 쓰자


  

누군가 글을 쓰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자기 치유의 방법이라고 했다.


치유가 필요했던 걸까. 한동안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호흡이 긴 문장의 글에서는 그가 얼마나 그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을 했었는지의 흔적이 드러난다.

타인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깊이 공감을 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생각들을 마주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마주하며 뭔가 모르는 불편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에 깊이 빠져있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내가 써놓은 글을 통해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갈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지금 겪고 있는 마음의 문제가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실마리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놓쳐버렸을지도 모르는 것이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찬찬이 되짚어보며 나의 감정이, 그리고 나의 판단이 정말 옳은 것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가끔은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의 해답을 찾고 싶어 하지만 누가 그 답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이미 보이는 단서를 말해줄 뿐. 대개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 중에 스스로 문제를 깨닫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던 시절에는 넘치는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방황을 했었다. 격정의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표면적으로나마 안정기를 찾고 나니 이제 나의 감정들에 빠져 살기에는 내게 주어진 일들이 너무 많아졌다. 가끔은 누군가가 소스라치게 반응하는 그 감정들이 과거에 나의 것이기도 했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아주 작은 감정의 부스러기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내가 쓰는 글이 모든 것들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려놓고 가장 평온한 감정만을 나타낸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내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나는 언제나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 웃으며 거닐고 있지만 어쩌면 종종 내가 있고 싶었던 곳은 그 동굴일지도 모르겠다.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머무르게 될까봐 사실 겁이 난다. 걱정은 늘 동굴의 입구에서 나를 멈추게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땐 충분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넘치도록 충분한 용기가.


여전히 나는 잠깐씩 고개를 집어넣었다가 뺄 수 있는 상태에서 동굴 주위를 서성이며 맴돌고 있다.

저안에 갇혀있는 감정의 기억들을 불러 꺼내어놓고 조금 호기롭게 미소를 지어볼 날이 내게도 있겠지.


내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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