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쳐도 웃는다. 아웃돼도 웃는다. 같은 팀도 상대팀도 없다, 그저 편하게 웃는다.
2루에서 아웃되면서 자기를 아웃시킨 선수와 얼싸안고 웃는다.
이게 경기인 지 아니면 장난치는 건 지 도무지 분간이 안된다.
프로야구 올스타 게임 풍경이다.
악착같이 싸우고 이기려고 하던 선수들의 굳은 표정이
그날만큼은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자기 팀에서 1루수를 하던 선수가 3루를 맡는가 하면, 좌익수가 우익수로 둔갑을 한다.
타자가 투수로 둔갑하고 볼을 던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 팀 감독들이 코치자리에 서 있는다.
어떤 감독은 1루수 자리에 서서 선수들의 장갑을 건네받고,
다른 감독은 3루 코치가 되어서 열심히 팔을 돌린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웃고, 또 웃는다.
쑥스러워서 웃는 건 지, 자기도 재미있어서 그런 건 지, 아무튼 웃음꽃이 만발이다.
그래서 관중석에서도 파안대소가 터져 나온다. 관중과 선수와 감독 모두 웃어서 행복한 날.
성적으로 자신의 몸값이 정해지는 세계,
돈으로 자신의 가치 순위가 매겨지는 세계,
안타 하나도, 삼진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세계,
그래서,
얼굴에 핏줄이 설 정도로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기도 하는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올스타 경기는 선수들의 가치가 성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이는 그런 좋은 날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아픈 것인가?
삶이 우울하기도 하고, 실패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도무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이 허망한가?
물론 정말로 실패했거나 무기력증에 빠져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동안 만났던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나 삶의 목적, 혹은 기대감, 성취욕,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슬픔과 상처와 인생의 무의미함을 느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만일, 정말 인생이 자신이 세운 방향으로만 진행되어야만 한다고 믿으며,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에만 행복하다고 한다면,
어쩌면 우리들은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인생이라는 여정에는 여러 개의 길이 있으며,
그 길에 따라서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생이라는 무대는 올스타 경기와 유사하다.
자기가 아무리 슈퍼스타라 할지라도,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는 경기장에 나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유능한 감독일지라도,
3루수 코치로 정해지면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바라지 않는 일들이 닥칠 때도 있다.
그럴 때, '내 인생 끝났다"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내 삶이 무너져 내렸다고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소중한 선물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위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거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참, 보기 좋다.
인생이라는 그라운드에서 조금 모자라 아웃되더라도,
주먹 불끈 쥐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나치게 대들거나
아웃되었다고 자신을 지나치게 자책하기보다.
다음에는 세이프될 것을 믿으며 일어나 툴툴 털어버리며
웃음으로 또 달리는 전천후 플레이어로
올스타 경기처럼 삼진 당해도 웃으면서
다음 타석에는 안타를 쳐내는 그런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