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김해에서 포항까지 운전을 한다. 한 번도 한 쉬고 가면 대략 2시간가량 걸리지만,
보통 2시간 30분 정도 잡고 간다.
김해에서 포항까지 가려면 3개의 휴게소를 거친다. 첫 번째 휴게소가 언양이고,
두 번째가 지금은 개점휴업 중인 경주휴게소, 그리고 아주 조그마한 휴게소라고까지 할 것 없는
기사휴게소 하나, 그래서 총 3개다.
나는 보통, 언양과 기사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 두 곳에서
잠시 멈춘다.
딱히, 휴게소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휴게소에서 파는 김 나는 어묵이나
떡볶이를 나는 사랑한다.
휴게소에서 먹는 어묵과 떡볶이는 아주 오래전에 정말 어쩌다가 아버지를 따라 고속버스를 타는
호강을 하던 시대의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었던 가락국수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먹거리들은 나에게 커다란 안도감과 위안을 주지만, 그것이 그토록 간절하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멈추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걷기 운동'이다. 나는 휴게소에서 운동을 한다.
약 5년 전에, 학교에서 쓰러진 이후, 의사의 권유로 매일 걷기 운동을 한다.
하루에 최소 8 천보에서 최대 만 2 천보를 걷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때와 장소를 얻든 지, 못 얻던지, 나는 걷기 운동을 한다.
그냥 걷기가 아니라, '걷기 운동'이다.
그냥 걷기는 산책이고, 걷기 운동은 운동으로서의 걷기이다.
빨리 걷고, 걷다가 뛰기도 한다. 하여간 그렇게 걷기 운동을 한다.
보통 오전, 오후, 저녁에 각 각 3 천보 이상을 걷는다.
금요일 오전에는 포항을 가기에, 언양 휴게소에서 오전 분량을 채우는 것이다.
휴게소에서 반드시 멈추는 나의 의례는 김해에서 포항까지 가는 길에만
치러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2시간 이상, 장거리 운전을 할 때마다, 적어도 두 곳에서 멈춘다.
그런데, 화장실이 급하지 않은데,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휴게소를
반드시 여러 차례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다시 시동을 켜기까지, 커피 한 잔 들고 서서, 때로는
벤치에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커피 한 잔 들고, 담배 한 모금 깊이 빨고 내 쉬는 사람,
주문한 음료수를 기다리며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
라면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60대의 한 아버지,
깊게 파인 주름과 허름한 옷차림으로 주문대 앞에서 서성이는 한 노동자,
호두과자를 서로 먹여주며 하늘을 바라보는 어느 노부부,
그들의 표정과 몸동작에서 그들 각 자의 인생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다. 아니, 때로는 들으며 공감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라는 진리를
그들을 보면서 새삼 일깨우게 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는 잘 버티고 살아왔다는
위로의 소리를 듣는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앞으로 살아갈 막막한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지먼, 너무나 힘들고 아파
포기하고 싶은 그들의 심정 때문에 같이 아파한다.
한 휴게소에서 만난 사람들, 느낀 감정들, 들은 이야기들을
또 다른 휴게소에서도 만나고, 느끼고, 듣는다.
그리고, 이름도, 나이도, 진짜 사연도,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들의 삶이 모여, 내 삶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휴게소를 좋아하고,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먼데에서 강사로 초청해 주면, 참 고맙다.
이번에는 어느 휴게소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휴게소는 그런 곳이다.
고달픈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곳,
많은 이야기들이 숨 쉬는 곳,
감추어진 많은 감정들을 드러낼 수 있는 곳,
아직은 이 세상이 살만하다고 서로 격려해 주는 곳
휴게소에서 고달파 한숨 쉬며 사람과 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한을 품기보다.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라,
아이스 아메리카를 기다리는 옆의 한 사람도 지친 인생길 가는 사람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네 삶의 희, 로, 애, 락이 숨 쉬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휴게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