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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21. 2019

듣자 듣자 하니까

2월 21일


한 시도 쉬지 않고 혼자 떠드는 사람과의 만남은 급격한 피로감만 느낄 뿐 편하지 않다. 입만 열면 자기 자랑, 다른 사람이 말하려고 하면 끼어들어 낚아채서 또 자기 자랑이다. 그런 사람 둘이 마주 앉아 대화 나누는 걸 혼자 지켜보고 있자니 듣고 있기만 해도 피곤해서 눈꺼풀이 무거웠다.   

  

서로 할 말만 하느라 제대로 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지치지 않고 꿋꿋하게 할 말을 한다. 들어주는 이 없이도 떠들 수 있는 능력, 대단하다.    


하다 하다 형제, 사촌, 조카, 친구까지 끌어 모아 자랑을 한다. 의사, 한의사, 고액과외 교사, 대기업 임원, 사업가.... 뭐 그렇단다. 듣자 듣자 하니까 기가 막힌 말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뭐라고 대꾸할 일말의 시간도 없었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듣는 게 이렇게 곤욕이라고 말하게 될 줄이야. 아직도 귓가에 그 사람이 쉼 없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환청이 들리는 것처럼 괴롭다.     


밤에 하루 일과를 끝내고 누우면 음악을 틀어놓고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오늘은 음악도 틀지 않았다. 귀에 휴식을 줘야 할 것 같아서, 모든 소리를 지웠다. 하루 종일 각종 소음과 폭탄 맞는 듯 들었던 대화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고 싶다. 일방적인 수다 폭탄은 앞으로 다시 맞고 싶지 않다. 귀와 마음이 지치고 힘든 하루였다.    


이제 진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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