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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23. 2019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2월 23일


카카오톡에 언젠가부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상대가 메시지를 읽기 전까지는 내가 보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혹시 메시지를 잘못 보냈거나 후회되는 말을 했을 때를 생각하면 좋은 기능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한참 일에 몰두하다 잠시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휴대폰 충전이 다 된 것 같아 충전기를 뺐고 아무런 메시지가 온 게 없었다. 다시 한두 시간이 흘러 휴대폰을 들여다봤을 때 새로운 메시지가 있었다. 메시지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았는데 무슨 메시지일까 확인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라는 글만 보일 뿐 상대의 메시지는 이미 삭제되었다.     


“메시지를 삭제해서 그런가? 메시지 알람 소리도 안 울렸는데 삭제된 메시지라고 뜨네.”  

  

상대에게 내가 보낸 메시지가 뭐가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냉정하게 나오는 상대의 태도에 너무 당혹스러웠다.    


“안 보길래 삭제했어. 근데 메시지를 삭제해서 안 울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뭐가 잘못된 걸까. 상대는 내가 메시지를 미리보기로 보고 일부러 안 읽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쉬려고 하던 참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별 얘기는 아니라면서 내가 읽지 않은 걸로 표시돼서 삭제했다는 말도 앞뒤가 안 맞는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예민하고 까칠하게 나오는 사람을 상대하기는 지친다. 나중에 얘기하자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또 무슨 답장이 올지 모르겠다. 오늘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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