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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26. 2019

내가 당하게 될 줄이야

2월 26일


한가로운 오후, 차 한 잔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도착한 메시지 하나가 잔잔한 오늘 하루의 일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휴대폰 번호로 도착한 메시지에는 ‘가람 모바일 청첩장’이라는 소개와 함께 날짜, 시간, 장소가 적힌 청첩장 링크가 있었다. 이제 슬슬 청첩장을 받을 계절이 돌아오는 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렇구나 하며 링크를 클릭했다.     


그 순간 휴대폰은 먹통이 되고,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사이트 가입을 위한 본인 확인용 인증번호가 쏟아졌다. 아무리 터치해도 휴대폰은 말을 듣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집 밑에 단골 휴대폰 가게로 향했다. 우리 식구 모두가 오랜 시간 거래한 단골 가게이고, 한 동네에서 오며가며 인사하고 지내는 사장님은 무슨 일이든 잘 도와주신다. 이럴 땐 태어난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사는 게 참 좋다.    


상황을 전해들은 사장님은 침착하게 휴대폰을 살펴보며 하나씩 삭제했다. 그리곤 통신사와 통화해서 소액결제를 차단하고 스마트폰 보안서비스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주셨다. 혹시 몰라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고 휴대폰 가게에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쉽게 나오지 못했다. 사장님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너무나 침착하게 잘 처리해주셔서 겁나고 두려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말로만 듣던 스팸 문자, 개인정보유출 피해를 내가 당하게 될 줄이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사는 일이 참 많다. 나는 아닐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다른 사람이 당한 일이면 언제든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 알면서도 잊고 살았던 것을 깨달았다. 잔잔한 하루 일상을 깬 이 사건 때문에 한 순간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는지 벌써 노곤하다. 우리는 편리해진만큼 무섭고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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