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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27. 2019

내 생각보다 훨씬 더

2월 27일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은 만나면 절반 이상은 아이 얘기뿐이다. 관심사가 아니어도 들을 수밖에 없다. 그 얘기도 많이 듣다 보니 누구나 하는 공통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애가 벌써 말을 한다’ ‘우리 애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 ‘우리 애가 이런 행동하는 거 보고 너무 놀랐다’ 등등 어쨌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났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발 더 먼저 자라고 성숙하다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 ‘우리 애는 나 없으면 안 돼’ ‘ 우리 애는 아직 어려’ ‘ 우리 애는 아직 위험해’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모두 할 수 있다. 부모 혼자 마음 졸일 뿐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점점 나이 들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이 마음은 어떨까? 언젠가부터 나는 아빠 혼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디 가신다는 말을 들으면 불안했다. 가실 수 있을까, 가다가 길 잃어서 헤매시면 어쩌나, 힘들어서 졸다가 전혀 모르는 곳까지 가서 막차가 끊기면 어쩌나 별별 걱정을 다했다. 아빠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돌아다니셨다.    


오늘은 아빠 휴대폰을 바꿔 드리기로 해서 아빠가 휴대폰 없이 나가셨다. 아빠는 오히려 “없음 말지 뭐.”하고 나가셨는데, 내가 불안했다. 오후에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빠였다.    


“딸, 아빠 OO아저씨 하고 있어. 아빠한테 전화 온 거 있어?”    


“없어요. 근데 아빠 제 휴대폰 번호 외우고 다니셨어요?”    


“그럼. 당연히 외우지. 다른 건 못 외워도 네 번호는 외우고 다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버튼만 눌러 사용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빠도 외워야 할 건 이미 다 외우고 다니셨다. 너무 어리다고 혹은 나이 들어간다고 못 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할 만큼의 몫은 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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