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올해는 작년보다 보름 정도 이른 시기에 마늘밭에 덮어두었던 볏짚을 거뒀다. 겨울잠을 자고 깨어난 마늘이 벌써 손가락만큼 자랐다. 마늘이 손가락만큼 자랐다는 것은 이제 밭을 일궈서 다른 농작물의 씨앗을 뿌릴 때가 됐다는 거다. 그건 날짜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자연이 때를 알려준다.
농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바빠지는 시기가 됐다. 그러면서 밭에서 사람들을 마주치는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 어느 곳이나 티격태격 사람 살아가는 소리와 농작물이 자라는 소리가 함께 한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벽부터 화나 잔뜩 난 이웃집 아주머니는 밭을 일구며 분을 이기지 못해 혼잣말로 계속 뭐라 하셨다. 맞장구 쳐주는 사람과 무관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뭐든 건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간다. 마음의 화도 마찬가지야. 올 때가 됐으니 온 거고 또 갈 때 되면 간다. 그냥 놔둬라. 화가 가기 전에 저렇게 화를 보내고 싶은가 보다."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간다. 그것은 진리다. 그 진리를 깨닫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올 때는 오도록, 갈 때는 가도록 놔두고 지켜보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농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씨앗을 뿌리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 줄 알았다 한다.
"매해 계절이 오고 가는 게 다르고, 매 순간 날씨가 다른데 어떻게 날짜를 정해놓고 농사를 짓나요. 올 때 되면 받아들여서 씨앗 심고, 갈 때 되면 보내주는 거죠. 그게 자연이에요."
이런 말도 할 줄 알고, 이제 나도 농사 초보 딱지를 뗀 농부 아가씨다. 벌써 9년 차가 됐으니 제법이다. 많이 컸다.
마늘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