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아침을 먹는데 아빠가 대뜸 며칠 전 직접 만드신 휴지걸이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딸, 저거 만들어 놓으니까 편하지?"
애매하게 식탁에 올려두고 사용하던 휴지를 공간 활용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휴지걸이를 만드셨다. 문제는 그 얘기를 며칠 째 계속하고 계신다는 것.
"그건 어제도 말씀하셨잖아요. 뿌듯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아님 생색내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너하고 대화하려고 그러는 건데? 밥상에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오늘 아침엔 딸한테 무슨 얘기를 할까 매일 생각해. 요즘은 아빠 머리가 굳었는지 자꾸 했던 말만 반복해서 혼쭐나네."
나는 사교육 한 번 못 받고 자랐지만 밥상머리 교육은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 학위로 따지면 밥상머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를 해도 된다고 자부할 만큼.
그 이면에는 별거 아닌 질문 하나도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어떤 대화를 할까 고민해주신 아빠의 노력이 있었다. 어쩌면 모든 이론과 문제가 나와있는 교재로 하는 수업보다 준비하기 어려운 수업이었을지도 모른다. 평생 수업을 준비해주신 아빠께 감사드리며, 아빠는 영원한 내 최고의 스승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