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요즘 1인 미디어 시대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누구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개인 채널에 올릴 수 있다. 지인이 생애 처음으로 유튜브 영상을 녹화했다는 얘길 들었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영상 관련 전문가들을 섭외했고, 스튜디오도 대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녹화가 진행될수록 자꾸 꼬이는 대사와 머릿속이 하얘지는 현상 때문에 저절로 한없이 겸손한 인간이 되었단다. 그저 듣고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도 모르게
조언한답시고 말이 툭 튀어나왔다.
"저도 작년에 온라인 서점 영상 촬영하는데, 어쩔 수 없이 굳어서 겸손해지더라고요. 그런데 OO님은 그냥 개인채널인데 그렇게 긴장하고 힘이 들어갈 필요 있나요,
편하게 하세요."
"뭐라고요? 온라인 서점 영상 촬영을 했다고요? 찾아봐야지!!!"
콧노래를 부르며 나를 찾겠다고 여기저기 검색하고 둘러보고 찾았나 보다. 어떻게든 찾아내겠다고 하길래,
"그거 유료예요. 그리고 일반인들은 구매 못해요."
내 한마디에 온 힘이 빠진다고 했다. 진작에 말했으면 안 찾았을 거라고 사람 허무하게 만드는데 뭐 있다면서 투덜거렸다. 나는 설마 나를 그렇게 열심히 찾았나 싶었다.
영상 속의 나는 내가 아니다. 로봇이다. 남들은 재밌겠지만 볼수록 나는 괴롭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나와 영상 속의 사람은 다르다. 내 영상을 보는 일은 괴롭지만 남들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기어이 본인 영상은 감추려고 해도 남의 영상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는 것이다. 그것만큼 재밌는 것도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