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오랜만에 마이크 앞에 섰다. 매번 '이제 녹음실 자주 와야지' 다짐하면서도 다시 마이크 앞에 서면 결국 오랜만이다. 한때는 내 인생의 전부라 여겨서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렇게나 멀어져 버렸다.
그래도 좋은 건 지금은 입시나 오디션의 부담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으니 내 마음대로 부른다. 오랜만에 와도 편안한 이유다. 불러보고 싶은 노래가 있어 아무 연습도 없이 부스 안으로 들어가 녹음을 시작했다.
나를 지켜보던 엔지니어분이 "목 안 푸셔도 되겠어요?" 물었지만 패스하자고 손짓했다. 예전엔 완벽히 목을 풀고 완벽히 준비되지 않으면 입도 뻥끗 안 했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여유가 생겼다.
녹음을 끝내고 들어 보니 내가 들어도 한결 편하게 부른다. 엔지니어분은 긴장되지 않냐고 물으셨다.
"그럴 줄 알았는데 몸이 기억하나 봐요. 부스 안에서 혼자 갇혀있고 마이크 앞에 서니까 그냥 나와요."
살면서 한 번쯤 뭔가에 미쳤던 게 나쁘지만은 않다. 몸이든 머리든 그걸 기억해주는 세포들은 죽지 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