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여자를 ‘집순이’라고 부른다. 어릴 때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아빠가 용돈을 쥐어주시며 나가서 좀 놀다 오라고 하실 정도로 집에 있는 걸 좋아했다. 지금은 일이 있으면 밖에 나가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사람들은 이런 내게 집에만 있지 말고 나오라고 한다. 큰 선심 쓰듯이 불러내 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집에서 얼마나 알찬 시간을 보내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혼자서도 집안에서 할 일이 많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쌓여있다. 집순이도 나름 계획표가 있는 법이다. 나는 강제적 집순이가 아닌 선택적 집순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뭔가를 얻거나 배우고, 스트레스를 푸는 일도 좋다. 하지만 그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해서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고 나면 일부러라도 만들고 싶은 게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때 그 시간 안에서 뭐든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 명상, 등을 하고 나면 어느덧 저녁 시간이다. 알차게 보낸 만큼 밖에서 활동하고 들어온 사람과 다르지 않게 피곤함도 느낀다. 사소한 순간이지만 집 안을 가꾸고 돌아보는 시간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