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집 근처에 있는 우체국은 새마을금고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맨 끝에 딱 한 자리만 우체국 업무를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작다. 우체국 업무를 보는 직원도 한 명뿐이라서 기억하기도 쉽다. 기억하기 쉬운 이유가 한 명뿐이라서만은 아니다. 그 직원은 절대 웃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웃는 모습이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택배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갔다.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아침 9시에 맞춰 도착했다. 아무도 없어서 바로 택배를 올려놓았다. 하지만 직원은 쳐다보지도 않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왜 이럴까 싶었지만 원래 로봇 같은 사람이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택배 보내려고 하는데요.”
직원은 나를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9시 정각에 시작합니다.”라고 말했다.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보니 8시 59분 47초를 지나고 있었다. 화가 난다기보다 이제는 우체국 직원만 보면 웃음이 난다. 나는 그 앞에서 시계를 보며 기다리다가 9시가 되자마자,
“9시 정각인데요.”말했다.
직원은 기계처럼 일을 처리하고 영수증을 주었다. ‘그래, 직장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1분 1초라도 쉬는 시간은 보장받고 싶겠지’ 생각하며 돌아서는데 서류봉투가 보였다. 마침 서류봉투를 사러 문구점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문구점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거 얼마예요?”
직원은 자신과 나 사이에 있는 카운터 책상을 손으로 가리켰다.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이번에는 무시당하는 것 같아 조금 불쾌했다. 값을 지불하고 직원을 바라보며 속으로 들끓고 있는 마음속의 한 마디를 소리치고 싶었다.
‘야, 좀 웃고 살면 어디 덧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