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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Mar 28. 2019

그게 얼마였더라

3월 28일


택배 보낼 일이 있어서 소포지를 사기 위해 문구점에 갔다. 동네 작은 골목에 있는 문구도매점인데,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애매한 위치에 있다. 집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보통 문구점보다 저렴해서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주인아저씨는 오랜 시간 봐왔지만 변함없이 한결같다.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모르시고, 한결같이 가격도 모르신다. “이거 얼마예요?”물으면 오른쪽 관자놀이를 긁으시고, “아, 그게 얼마였더라...”하시며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신다.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곳인데 이상하게 내가 갈 때는 항상 주인아저씨만 계셨다. 일정한 시간에 방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필요할 때만 가는데도 신기할 만큼 몇 년 동안 다른 가족은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 문구점에 갔는데 처음으로 주인아저씨가 아닌 딸이 나와 있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다가 소포지가 눈에 띄어 이왕 왔을 때 미리 한 장 더 사두자라는 마음으로 한 장 꺼내 달라고 했다. 계산을 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아저씨가 계산할 때보다 모든 물건이 더 저렴했다.     


“소포지 한 장에 얼마예요?”


“400원 이요."

 

“400원이요? 가격이 내렸어요? 저 얼마 전에 여기서 샀는데 500원씩 받으셨는데...”    


딸은‘아이코’하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저희 아빠가 가격을 잘 모르세요. 그렇게 말씀드려도 자꾸 잊어버리시네요. 죄송해요. 돈 돌려드릴게요.”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돌려주며 연신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딸을 보는데 굳이 돌려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거절했다. 딸은 끝내 내 손에 100원을 쥐어주면서,    


“받아주셔야 제 마음이 편해요. 혹시 다음에 오시게 되면, 저희 아빠께 소포지는 한 장에 400원이라고 말씀해주세요.”    


손님이 가격을 기억해야 하는 문구점, 뭔가 이상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양심적인가.

그 뒤로 소포지를 사러 문구점에 가면 주인아저씨께 내가 먼저 말씀드린다.    

“아저씨, 400원짜리 소포지 한 장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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