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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05. 2019

행복은 아파트 평수 순이 아니야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크게 한 번 마음먹어야 가능해졌다. 언제든 연락해서 수시로 만나 떠들고 놀던 친구들은 각자의 인생을 사느라 늘 바쁘다. 어쩌다 한 번 만나면 벌써 그 만남도 1년 만이고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새삼스럽다.     

연말이 되어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인 날이었다. 우리는 결혼을 해서 전업주부로 육아를 하며 사는 친구와 자신의 인생을 사는 싱글 친구들이 반반이다. 물론 나는 후자에 속한다. 처음에는 반가움에 분위기가 좋았다.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갈수록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며 사건이 시작되었다.     



친구 A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댁 덕분에 별다른 걱정 없이 산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이번 달에는 남편에게 어떤 명품을 사달라고 할까 고민하는 정도다. 친구 B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 하나만 보고 결혼을 했다. 몸이 편찮은 시할머니, 시부모님, 상대하기 만만찮은 시누이들, 사고뭉치 도련님, 술을 좋아하는 남편, 줄줄이 낳은 네 명의 아이들, 사는 거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할 정도로 만날 때마다 어두운 모습이었다.     


그 두 친구는 단 둘이 만나는 일은 없다. 서로 너무 다른 삶이 학창 시절 단짝이었던 두 친구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모두 모인 자리에서도 두 친구는 얘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는데 그 날, 사소한 말 한마디로 쌓이고 쌓였던 게 모두 터지고 말았다.     


시작은 역시 A였다. A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사 갈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물었다.

“어디로 이사 가려고?”    


OOOO 아파트, 48평.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들 ‘뭐라는 거야?’라는 눈빛이었다. 어디로 이사 가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OO동이나 지역을 말하는 게 대부분이다. 남들에게 보이는 게 중요한 A는 유명 아파트의 넓은 평수를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일부러 내가 구박하듯이 말했다.    

“야, OOOO 아파트건 어느 아파트건 네가 몇 평에 살든지 그건 관심 없어. 어느 동네로 이사 가냐고!”    

A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 동네? 당연히 강남이지.”



입만 열면 밉상이다. 그만 얘기를 끝내려고 할 때 갑자기 B가 가방을 챙기며 일어섰다.    

“남자 잘 만나서 아무 걱정 없이 살고 호강하는 건 알겠는데 더는 못 듣겠다. 먼저 갈게.”    

그 날 이후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날은 없었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힘들게 시간 맞춰 모여서 얼굴 보고 얘기 나누던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졌다. A는 강남 OOOO 아파트 48평으로 이사를 갔고, B는 여전히 사랑한 대가로 희생의 삶을 살고 있다.    

 

A와 B의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고 원수가 되는 건 아니다. 두 친구는 감정의 주파수가 너무 달랐다. 서로의 감정을 읽어주려는 노력은 당연히 없었다. 상대방과 감정의 주파수를 맞추면 감정이입이 되어 상대의 관점에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을 통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감정 주파수를 맞추어 공감대가 형성되면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건 쉽다. 자신의 자랑이 아닌 상대방에 이야기에 집중하고 경청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 친구 사이에 끼어있는 제삼자인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맞춰주는 일은 불가능했다. 라디오를 틀어 정확한 주파수를 맞추어야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서로의 감정에 주파수를 맞추어 잘 들어주고 공감을 표현해야 한결 편안한 사이가 될 수 있다.    



A가 정말 행복한지 묻고 싶었다. 고작 아파트 평수를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나 역시 그녀의 행복이 부럽지 않다.    


행복은 아파트 평수 순이 아니다. 집의 평수를 늘려가면서 감정의 폭과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갔으면 좋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개인의 행복이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A가 물질적인 행복만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행복도 느끼며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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