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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03. 2019

50원의 가치

1월 3일


연락이 뜸하던 친구가 아무런 안부 인사도 없이 모바일 쿠폰을 보냈다.


"오랜만이네. 오늘 무슨 날이야? 웬 케이크야?"


"케이크가 꼭 특별한 날만 먹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출근길에 갑자기 생각나서 보냈어. 맛있게 먹어."


"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점심에 XX바게트에 갔다. 친구가 보내준 예쁜 케이크를 구매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려고 했는데 케이크가 없었다. 대신 그 가격만큼 다른 제품을 구매해도 된다고 해서 오랜만에 빵을 마음껏 담았다. 케이크 가격 2만 5천 원에 정확히 맞추려고 마지막 빵을 여러 번 변경했다. 가격은 잘 맞췄는데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계산하던 점원은 내게 "봉투에 넣어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이 많은 빵을 그럼 어떻게 들고 가냐는 표정으로 "네." 대답했다.


그 뒤로 점원의 행동이 멈췄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한동안 빤히 나를 쳐다보던 점원이 말했다.


"손님. 봉투값 50원 주셔야 하는데요."


"봉투값이요? 봉투는 그냥 담아주셨잖아요."


"1월 1일부터 바뀌었어요. 이제 봉투값 지불하셔야 해요."


새해가 되면 바뀌는 게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지갑에는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뿐이었다. 50원을 위해 5만 원을 내야 하나 망설였다. 빵을 다시 가격에 맞춘다고 해도 50원은 맞출 수가 없었다. 결국 계획에 없던 우유와 두유까지 구매하고 추가금액 2,950원을 5만 원짜리로 계산했다. 50원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더니 친구에게 선물 받은 모바일 쿠폰은 어느새 잊혔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와 동전은 이미 가치가 정해져 있다. 정해져 있는 화폐의 가치에 따라 물건을 거래한다. 그러나 일부 화폐는 다른 가치에 의해서 정해진 가격과 다른 가격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동전 중에서 가치가 폭등한 동전들이 있다. 그중 50원은 1972년에 처음 발행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72년에 발행된 50원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1972년 50원을 발행하던 당시 50원에는 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동전은 대략 15만 원까지 거래된 적이 있다고 할 만큼 꽤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흔히 우리 주머니나 돼지저금통에 있는 동전과는 다르다. 시중에서 한 번도 유통된 적이 없고 한국은행에서 최초 생산된 동전을 말하며 우리 주변에서 보는 동전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래된 동전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저 동전 모으는 행위를 취미로 즐기는 것이다. 수집가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수집품들은 시장의 가치를 떠나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거기엔 목표 달성을 위한 집념과 노력이 있고 원하는 동전을 손에 넣었을 때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그들에겐 소확행이다.


거스름돈으로 50원을 받아야 할 때 상대가 50원짜리 동전이 없다면 안 받아도 그만인 게 50원인데, 돈을 내야 할 땐 어떻게 해서든 꼭 내야 하는 50원. 지금 시대에 사람들에게 50원은 얼마나 가치 있는 돈일까 괜히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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