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정리하며 돌아보고 다시 1년을 준비하는 일을 항상 돼지저금통과 함께 해왔다. 1년 동안 모은 동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1년 동안 동전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큰 차이 없이 매해 비슷하다. 2018년 한 해 동안 황금 돼지저금통에 수시로 먹이를 주곤 했다. 동전을 모으는 건 오랜 나의 취미이기도 하고, 동전이 돼지저금통 뱃속으로 들어가 자기들끼리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경쾌해서 좋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동전이 마찰되는 소리가 짧고 묵직해진다. 그러다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 돼지저금통을 들기 힘들어지면 거리는 온통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크리스마스를 알린다. 특별할 것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불만이던 시절이 있었다. 꼭 선물을 받아야 하고 특별한 곳에서 식사를 해야 하고, 어딘가를 가야만 크리스마스를 보낸 기분이 들었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행복을 찾아 헤맬 때 보이지 않는 곳에는 작은 일상 속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게 바람인 사람, 따뜻한 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인 사람, 누군가는 아파서 누군가는 돌봐야 해서 병원에서 보내는 사람, 갈 곳 없는 사람, 상처 받은 사람, 외로운 사람.
스스로 특별한 연말을 보내는 방법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작은 마음을 보내는 것, 1년 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의 동전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보낸다. 늘 목표하는 금액에는 못 미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꽤 오랫동안 이어왔다. 나의 1년을 돌아보고 다시 1년을 준비하게 해주는 돼지저금통은 온기를 전하는 사랑의 돼지저금통이다.
언젠가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