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펄 Jan 08. 2019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1월 8일


나는 항상  가던 곳만 고집한다. 음식점, 카페, 마트, 옷가게, 미용실까지.    

오랫동안 단골 미용실이 원장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말에 오픈을 하지 않는다.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원장님은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평일 주 5일만 오픈한다고 해도 단골들은 떠나지 않았다. 늘 동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어 예약을 하고 가도 기다림은 기본이다.    


웬만하면 시간을 맞춰 단골 미용실만 가지만, 몇 달 동안 도저히 시간이 맞지 않아 머리를 다듬지 못했더니 지저분하고 앞머리도 자꾸 눈을 찔렀다. 하는 수없이 처음 가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그냥 긴 생머리지만 나에게 머리 다듬는 일을 굉장히 예민한 일이다. 우선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만지는 걸 싫어하는 데다 내가 고집하는 스타일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지금 머리 스타일에서 건드리지는 말고 그대로 3센티미터만 다듬어 달라고, 처음 뵙는 미용실 원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렸다. 흔쾌히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그러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가위를 잡자마자 사정없이 숱을 치고 단 10분 만에 끝났으니 일어나라고 했다.    


“이게 끝이에요?”


“네. 왜요?”


“아니, 머리를 다듬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더 지저분해졌는데요.”


“뭐가요? 아까랑 똑같은데요.”    


내 헤어스타일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다. 정말 특별히 뭘 할 게 없는 이 단순한 머리를 알 수 없는 스타일로 잘라 놨다. 뒷머리가 일자도 아니고 양쪽이 삐죽하게 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스타일이었다. 이럴 바엔 깨끗하게 일자가 낫겠다 싶어 다시 다듬어 달라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못하겠다고 거절하셨다. 나도 기분이 상해서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한동안 양옆이 길게 튀어나온 이상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 가르마를 바꾸고 묶고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단골 미용실 원장님께 가서 사정을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단 번에 내 얘길 이해하셨다. 나는 내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미용실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원장님은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다.   


 

그분이 실력이 없는 분이 아닐 거야.
스킬은 달라도 결과물은 똑같이 나올 수 있거든.
나랑 스킬의 차이는 있어도 실력은 다들 비슷비슷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문제지.
단순히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만 알면 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
그날 고객의 기분은 어떤지,
어디 다녀오는 길인지,
요즘 관심사는 어떤 건지,
관심을 가져야지.
그래야 고객하고 소통이 되고
더 친밀해져서 작은 부분까지 한 번 더 체크해주고 기억을 하지.   



헤어디자이너는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을 파악해서 최고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필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작은 동네 미용실에 단골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아무리 실력 좋은 헤어디자이너가 있다 해도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장님의 마음 때문이었다. 이렇게 머리를 만지면서 사람의 감정도 건드리는 원장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용 로봇이 나타난다고 해도 지금 자리를 꿋꿋이 지킬 것만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돼지저금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