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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0. 2019

자격증, 그게 뭐라고

1월 10일


유난히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하니 나를 반기는 건 얼마 전 합격한 시험의 자격증이었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뛸 듯이 기뻐해야 하는 게 맞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내가 고작 이 카드 하나 받으려고 그렇게 발버둥 쳤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허무했다.   

 

분명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자꾸 반복하는 이유가 뭘까. 자격증이라는 건 필요에 의해 취득하는 경유가 많다. 그렇기에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땐 공부해야 하는 엄청난 양에 걱정하고, 시험을 볼 땐 꼭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결과 발표가 나오면 조마조마하고 합격하면 기쁘다. 그것뿐이다. 늘 같은 과정과 감정을 겪는다. 그럼에도 또 그 일을 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격증(資格證)은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라고 표기되어 있다. 대부분 단기간의 암기 공부로 시험을 보고 커트라인 점수를 넘으면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자격증 있는 사람이 진짜 자격도 있는 걸까?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자격증은 거의 없다. 가끔 자격증 사본을 제출해야 할 경우에는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하지만 그것 또한 그때뿐이다.    


요즘은 수시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자격증’ 말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잠깐의 노력으로 받은 자격증으로 기고만장하던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주 조금씩 보인다.     


타인의 잘못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

타인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배려받을 자격이 있을까?

타인을 판단할 자격이 있을까?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살았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또 쉽게 잊을까 봐 걱정이다.    


어딘가에서 인정해주는 길보다는 옳은 길로 가며 성장하는 삶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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