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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1. 2019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1월 11일


집에 가는 길이었다. 일부러 지름길을 피해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큰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어떤 물건이 내 손을 툭 쳤다. 본능적으로 아! 하고 큰 소리가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전동휠체어를 타고 계시는 할머니였다. 운전미숙으로 부딪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먼저 가시라고 길을 비켜드렸다.     


고개로 꾸벅 인사하시며 먼저 앞질러 가시던 할머니께서 속도를 내어 가시다가 거리에 있던 안전봉에 전동휠체어 바퀴가 걸려 옆으로 넘어지셨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시는 모습이 보였다. 짐도 많고 귀찮아서 그냥 지나갈까 생각했다. 나 외에도 거리에는 아주머니, 중 고등학생, 청년들까지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 한 명쯤 도와주겠지 하고 모른 체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묵묵히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갔다. 결국 내가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 할머니께 다가갔다. 다가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쭈뼛거렸다. 도무지 어떻게 해 드려야 할지 몰라서 괜히 돕겠다고 나섰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고민 끝에 내가 내뱉은 말이라고는 고작,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넘어져 있던 할머니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한쪽 손잡이만 잡고 살짝 밀어줄래요? 그럼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혹시 도움이 아니라 민폐가 될까 봐 조심스레 손잡이를 잡고 살살 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꽤 무거워서 당황했다. 나는 마치 할머니와 몸싸움을 벌이는 그림처럼 여러 번의 발버둥을 쳤다. 곧 전동휠체어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연세 드신 노인이 길가에 넘어져 있어도 어쩜 그렇게들 평화로운지, 언제부터 그런 일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무관심한 일이 됐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대한 사소한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런 일로 우리 사회가 갑자기 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곳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가까운 주변을 잠시 돌아보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도처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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