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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6. 2019

단 한 번 그려지는 오늘의 노을

1월 16일


몇 주 후, 해외여행을 떠나는 친구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계획을 늘어놓았다. 부러운 마음에 “좋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남들보다 뒤늦게 여행의 매력에 빠져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사는 친구는 내게도 더 늦기 전에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라고 했다. 나는 아직 해외를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모든 일에 돈이 없었다는 건 핑계에 불과했다. 간절히 원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녀왔어야 했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남들은 휴가로 다녀온다는 부산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이 다녀온 사진과 이야기만 수없이 보고 들었다. 어디에는 뭐가 멋있다더라, 어디는 뭐가 맛있다더라, 그렇게 타인의 경험을 껍데기 같은 지식으로 말하고 다녔다.    


“일본은 혼자 여행하기도 좋다던데, 온천도 잘 되어있다던데, 여수 밤바다가 그렇게 예쁘다던데, 통영이 멋진 곳이 많다고 하던데....”    


줄줄이 어디서 들은 얘기만 하며 부러워하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야, 그건 다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야. 여수 밤바다? 나 여러 번 갔는데 낭만 같은 거 없어.

그냥 노래가 만들어 준 분위기에 사람들이 괜히 취하는 거지.

통영? 멋진 곳 많지. 근데 그런 곳이 통영 뿐이야?

일본? 온천 잘 되어있는 거 TV에도 수없이 많이 나왔잖아.

다른 사람들이 어디가 좋다던데 하는 건 다 필요 없어.

부산 야경이 그렇게 멋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별거 없더라.

내가 우리나라, 해외, 여기저기 야경 진짜 많이 봤잖아.

서울 한강에서 보는 야경이 제일 멋있어.

그게 최고야. 아직 한강만 한 곳 못 봤어.”    


“그럼 한강 가서 야경 보면 되지. 넌 매번 다른 곳 가서 보잖아.”    


“한강보다 더 멋있는 곳이 있는지 안 가본 다른 곳도 가봐야 할 거 아냐.”    


삐쭉거리며 말하면서도 많은 경험이 쌓인 친구가 한편으로는 나보다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보는 노을과 석양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알고 있다.

평생 단 한 번 그려지는 오늘의 노을을 그리운 이에게 편지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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