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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17. 2019

위로의 음식

1월 17일


떡볶이는 나의 소울 푸드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내 곁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해준 오랜 친구 같은 음식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떡볶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쌀떡과 밀떡의 차이부터, 초등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길거리 떡볶이, 마늘 떡볶이, 깻잎 떡볶이, 즉석 떡볶이, 기름 떡볶이, 짜장 떡볶이 등등 모두 양념과 떡이 다르다.     


혼자서도 잘 사 먹고 만들어 먹지만 즉석 떡볶이는 혼자 먹기 애매하다. 즉석 떡볶이가 당기는 날은 누구든 꼭 불러내야 한다. 오늘 드디어 벼르고 벼르다 친구와 즉석 떡볶이 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고작 떡볶이 먹으러 가냐고 투덜거리는 친구에게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라며 무작정 끌고 갔다.    


분식집에 도착해 즉석 떡볶이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콧노래가 나왔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그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친구의 눈빛도 못 본체 했다.    


“넌 어떻게 나이 들어도 계속 떡볶이야. 파스타나 피자 같은 거 먹으면 좀 좋아?”    


“어쨌든 너도 떡볶이 나오면 또 신나게 먹을 거잖아.”    


방학이라 그런지 분식집에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곧이어 들어와 우리 옆자리에 앉은 손님도 학생과 어머니였다. 한눈에 봐도 딸은 기분이 상해있었다. 좋지 않은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도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학생과 어머니가 싸우는 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학생은 수능 점수가 좋지 않아 재수를 결심했고, 기숙사가 있는 학원으로 갈 것인지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 중이었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는 한 그 나이에는 굉장히 큰 고민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심한 어머니의 반응에 학생은 뾰로통해졌다.   

 

“나는 고민돼서 미치겠다고!”    


그러자 어머니는 “그만 고민해. 고민하면 네가 재수를 안 해? 뭐가 달라져? 그냥 조용히 떡볶이나 먹고 가.”라며 귀찮은 듯 말했다.   


삶은 끝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심지어 오늘 뭐 먹을까 하는 작은 고민을 우리는 매일 하고 산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이 ‘오늘 점심 뭐 먹을까’라고 할까.    


학생에게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낀 날일 수도 있다. 각자 고민의 종류가 다르듯 고민에 필요한 시간도 다른 법이다. 고민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더 단단해지고, 단단해지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스스로 선택해서 입을 수 있다.


새빨갛고 탐스러운 떡볶이를 앞에 두고 인생의 고민을 하던 학생에게 떡볶이는 어떤 음식으로 기억될까.

부디 위로의 음식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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