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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24. 2019

저 사람은 무슨 사정일까?

1월 24일


좁은 2차선 도로를 운전 중이었다. 우리 앞에는 승용차 한 대가 있었고, 승용차 앞은 뻥 뚫린 도로였다. 이상하리만큼 앞에 승용차가 느리게 달렸다. 덩달아 나 역시 시속 20~30km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사고 난 차량이 있어서 밀리는지,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건지 몰라 고개를 앞으로 쭈욱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 건 내가 속도를 즐기거나 운전을 그리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조용히 뒤따라갔다.    


문제는 함께 타고 있던 친구들이 참지 못하는 것이었다.     


“야, 그냥 차선 넘어서 앞질러.”    


“뭐야, 진짜. 왜 이렇게 답답해.”    


“왜 저러는 거야? 이럴 거면 차를 갖고 나오질 말든가.”    


운전대를 잡은 건 나였는데 친구들이 운전대 잡은 사람처럼 분노가 상승했다. 이럴 때 나는 질문을 해서 시간을 끌곤 한다.    



저 사람은 무슨 사정일까?



  

잠시 침묵이 이어졌지만 곧 깨졌다.    


“내가 너 그런 질문 할 줄 알았어.”    


오래된 친구들에게는 이제 먹히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옛다 받아라 하는 마음으로 한 마디씩 했다.    


“아줌마겠지.”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 아냐?” “초보운전인가 보지. 그럼 연수를 더 받든가.”

“장롱 면허일지도 몰라.” “차에 이상이 생겼나?”    


그러는 사이 넓어진 도로에 진입했고 승용차의 운전자를 볼 수 있었다. 정답은 아줌마였다. 아줌마라고 모두 운전에 서툰 건 아니지만 정답을 말한 친구는 이게 뭐라고 으쓱해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도로에서 유난히 난폭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난폭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있지만, 한 번쯤은 상대방의 사정이 뭘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조금 여유가 생기기도 한다. 이제 운전을 시작한 초보운전자 분들에게 한 뼘의 공간을 내어주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은 있었으니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오늘 그 아줌마는 집까지 안전 운전하시며 잘 가셨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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