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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23. 2019

건강 신호등은 안전하십니까?

1월 23일


작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가 도착했다. 올 때가 지났는데 왜 안 오나 오매불망 기다렸다. 이번에 유난히 기다렸던 건 나보다 결과 통보서를 먼저 받은 선배와 친구들이 조금씩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다. 한 선배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우울증이 있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다른 선배는 병원에서 피검사를 다시 한번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거기다 친구까지 ‘정상’보다 ‘의심’이 훨씬 많은 결과 통보서를 받고 괜히 불안하다고 했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도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 같아 걱정됐다. 봉투를 뜯어 건강검진 종합 소견서를 펼쳤다. 판정은 정상 A였다. 의심질환 해당사항 없음, 유질환 해당사항 없음, 기타 해당사항 없음으로 여백의 미가 느껴질 만큼 휑했다. 체질량 지수, 허리둘레, 시력, 청력, 혈압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와 요검사, 영상검사까지 역시 ‘정상’이었다.     


마지막 장은 문진표와 검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상태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나에게 특별히 제시한 사항이 없었다. 건강 신호등 역시 모든 건강 관련에 초록색으로 ‘안전’에 속해있었다. 건강 신호등에서 ‘주의’ 또는 ‘위험’에 해당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개선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없으니 ‘유지’만 잘하는 되는 걸까.    


걱정하던 마음이 모두 ‘정상’이라고 하면 안심이 되어야 하는데 괜한 의심이 생겼다. 진짜 제대로 검사가 된 건지, 휑해도 너무 휑한 결과표가 성의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지극히 정상이라니까 그것마저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어이없다.    


건강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가끔씩 지인들에게 건강 신호등은 안전한 지, 이왕이면 함께 초록색 불을 켜고 살자고 안부를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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