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펄 Jan 28. 2019

날 어떻게 바라볼까

1월 28일


오늘 뭐했지? 생각해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숨 가쁘게 바쁜 하루를 보냈다. 집에 도착해서도 밥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정신이 없었다. 하루 종일 헉헉거리며 보낸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 일기를 쓰려고 앉으니 생각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예상치 못하게 신분증을 제시할 일이 있었다. 운전면허증을 갖고 나가지 않아서 아차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 지갑을 열어보니 주민등록증이 있었다. 나는 신분증 제시할 일이 생기면 주민등록증은 사용하지 않는다.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물론이고 발급받은 지 너무 오래돼서 괜히 민망했다. 볼 때마다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도 그리 기분 좋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조심스럽고 수줍게 손으로 반은 가렸다.     


“아, 혹시 사진 보이는 게 싫어서 그러세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주민등록증이 너무 오래돼서요. 좀 민망하네요.”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잠깐 확인 좀 할게요.”    


이 사람은 날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주민등록증을 한 번도 안 바꿨냐’ ‘이게 언제 적이야 좀 바꿔라’ ‘너무 오래된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할 거라 생각했다.    


“주민등록증을 한 번도 안 바꾸시고 이렇게 오래 사용하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깨끗이 사용하셨어요.

역시 세심하고 꼼꼼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요.”    


‘응? 나 칭찬받은 건가? 이게 칭찬받을 일이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이게 뭐라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는데 이것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말 한마디의 힘이 이렇게 크다. 진정성이 담긴 말 한마디로 반항하던 학생이 마음을 잡기도 하고, 영혼 없는 칭찬 때문에 신뢰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행복과 불행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더 크게 좌우되는 것처럼, 타인의 장점과 단점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부끄러운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장점으로 바라봐주신 마음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내밀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LTE급 사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