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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29. 2019

어린 시절의 옛정

1월 29일


SNS의 발달로 사람을 찾는 일이 쉬워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동창이 SNS에서 나를 찾아 댓글을 남겼다. 내 책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며 재미있고 공감된다고 했다. 십여 년을 만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 인사조차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런 게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정일까. 만남의 횟수보다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편하다. 이러다 또 몇 년 후에 연락이 되더라도 오늘 그랬듯이 어제 만났던 것처럼 얘기를 나눌 것이다. 시간의 힘이라는 게 무섭다. 그저 시간만 흘렀을 뿐인데 오랜 친구라는 말이 붙는다. 다시 연락이 됐다고 해도 어릴 때처럼 매일 만나거나 내 공간으로 훅 들어오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 친구는 언제나 먼저 나를 찾았다. 미니홈피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SNS가 활성화된 지금도, 잊지 않고 나를 찾아서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다. 나는 왜 먼저 친구를 찾을 생각은 못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엔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음악을 함께 들었고, 야식은 항상 튀김우동 사발면을 먹었다. 얼마나 질리게 먹었는지 지금도 잘 먹지 않는다. 튀김우동을 볼 때마다 가끔 친구를 생각했었지만 나는 생각에서 그쳤다.     


함께 먹던 음식과 함께 듣던 음악이 있어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멀리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가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음악이 끝날 때까지 생각에 잠겨 있곤 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추억을 선물해준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 시절과는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고 있지만 추억 덕분에 가끔 울고 웃는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깊은 주름과 백발이 된 할머니가 되어 만나도 서로에게 여전하다며 소녀 같다고 말해줄 유일한 사람, 어린 시절 옛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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