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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an 30. 2019

요즘 무슨 시집 읽어요?

1월 30일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문학은 시(時)였다. 당시 유행하던 시집은 어떻게든 용돈을 모아 구입했다. 친구들과 주고받던 편지 마지막 장에 시 한편씩을 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를 좋아하지 않던 친구들은 꼼꼼하게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중2 때 만난 한 친구는 나와 취향이 정말 잘 맞았다. 시와 음악을 좋아하고 일기와 편지를 자주 쓰던 친구였다. 그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면 서로 좋아하는 노래 가사와 시를 함께 써주곤 했다.     


“요즘 무슨 음악 들어?” “요즘 무슨 시집 읽어?”    


내게 이런 말을 주기적으로 물어보고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눈 유일한 친구였다. 오늘 우연히 집어 든 오래된 시집 속에는 그 친구가 쓴 짧은 메모 형식의 편지가 끼워져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는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집 빌려줘서 고마워. 읽어보니까 네가 왜 이 시인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 너와 참 많이 닮았어. 그래서 나도 시집 사려고. 시집을 볼 때마다 너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책장에 꽂아두기로 했어. 다음 쉬는 시간에 복도 창문에서 봐. 좋은 노래 알게 돼서 담아왔어. 너도 들어봐.”    


그 친구는 시집을 간직하고 있을까? 볼 때마다 나를 기억할까?     


내 책장에는 그 시집이 여전히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지고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좋아하는 시와 시인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내게 '요즘 무슨 음악을 듣고 무슨 시집을 읽는지' 묻지 않는다. 나 역시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는다. 어쩌다 삶이 이렇게 팍팍해졌을까.    


가끔 이렇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무슨 시집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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