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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01. 2019

다시 태어난다면

2월 1일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바로 옆 테이블에 20대 초반의 커플이 앉았다. 여자는 앉자마자 신발을 벗고 남자 친구 다리에 발을 올렸고, 남자 친구는 익숙한 일인 듯 발을 주물렀다. 여자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 영화 보고 싶으니까 카드 놔두고 나가.”    


남자 친구는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여자는 듣지 않았다. 되레 다시 한번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만하면 OO카드로 놔두고 나가. 카드로 저녁도 사 먹을 거야.”    


여자가 전화를 끊자 남자 친구는 조곤조곤 타이르듯 말했다.    


“네가 자꾸 그러면 내가 미안하고 불편해. 왜 자꾸 아버지 카드를 달라고 해.

이제 성인이고 우리가 벌어서 데이트 비용도 마련해야지.”    


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돈 없으면 아빠 돈 좀 쓸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가 잘못됐어? 저녁 먹으러 어디 갈까나 골라보자.”    


어릴 때 나는 이런 여자들을 보면 분노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분노의 밑바닥에는 부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한 번도 내 멋대로, 철없이 살아본 적이 없었다. 별명도 애늙은이였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하며 잡초 같은 삶을 살았다. 아무 걱정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속 터지고 힘든지 모른다. 사람 운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력한 사람이 훗날 편한 삶을 살게 되지 않는다. 고생하는 사람은 고생만 하고, 철없이 속 편하게 사는 사람은 계속 그렇게 사는 경우가 많다.    


흔히 다시 태어나면 성별이 바뀌어서 태어난다거나,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미모와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기혼자들은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도 많이 한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철딱서니 없는 천방지축 사고뭉치로 태어나고 싶다. 제멋대로 살고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뻔뻔함도 꼭 장착하고 싶다. 이미 인격체가 완성된 이번 생에선 불가능하기에, 혹시라도 내게 다음 생이 있다면 원 없이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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