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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Feb 06. 2019

꽃의 언어

2월 6일


입춘 (立春)이 지났다. 아직 날은 쌀쌀하지만 햇살만큼은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벌써 남쪽 밑에 있는 지방에는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제주는 유채꽃으로 이미 노랗게 물들었다. 이렇게 조금씩 들려오는 꽃소식으로 짧은 2월을 보내고 나면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터지고 꽃향기가 바람에 날릴 것이다.    


꽃이 피면 왜 사람들은 바빠질까. 오래전 한 드라마에서 꽃만 피면 꽃구경을 다니느라 바쁜 할머니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부부싸움을 했다.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할머니가 했던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앞으로 꽃구경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할머니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에 편지와 함께 용돈을 건넸다.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꽃구경 실컷 하고 오라고. 콧노래를 부르며 꽃구경에 나서는 할머니의 모습은 초등학생이 소풍 가는 것보다 훨씬 설레고 들뜬 모습이었다.    


꽃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우리에게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준다. 때가 되면 피고 또 때가 되면 지는 것이 꽃이지만 그런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전국 각지에 꽃 축제와 행사는 물론이고, 평소 다니던 길에 꽃이 피면 잠깐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곤 한다.    


올망졸망한 꽃들은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꿋꿋하게 피어나고 우리는 그 생명력을 눈과 귀, 향기로 느끼며 또 한 번의 계절을 보낸다.     


꽃의 언어는 향기다. 빛깔과 향기로 자기 존재를 알린다. 내가 쓰는 글도 꽃의 향기가 묻어났으면 좋겠다. 꽃처럼 예쁜 의미를 가진 문장들로 채워져 읽는 사람들에게 향기가 전해지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꽃이 피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꽃에게 끌려가듯이, 내 글이 피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글의 향기를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꽃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어디 곳에 피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누가 먼저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밀려오는 향기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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