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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17. 2016

마케터 또는 기획자들의 흔한 오류

일단 제 브런치를 구독하는 분들께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며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뷰티와 기술 사이의 인사이트를 전달하고자 브런치를 개설했으나 올해내내 바쁘다는 이유로 글 쓰는 것을 등한시 했습니다. 하지만 또 아주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 뷰티테크 글이 아니라 두 번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현업에서 마케팅 디렉팅을 하며 얻은 생각의 파편들, 그리고 조직운영 경험에 대해서도 조금씩 써보려 합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광고 매니저, PR 매니저들과 수시로 마케팅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흔히 하는 오해와 오류의 패턴 몇가지를 발견하였고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물론 오랜 기간동안 마케팅이나 기획을 해 온 분들은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상과 망상, 그리고 가설수립의 혼동

마케팅 기획은 '가설수립-검증'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업무입니다. 가설의 시작은 '상상력'에서 오고요. 그래서 전 마케터의 중요한 자질 중에 하나가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상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설수립-검증 과정 또한 즐기며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데 많은 마케터 또는 기획자들이 상상, 망상, 가설수립의 차이를 망각한 채 본인만의 논리를 펼치는 오류를 범합니다. 상상은 '일어나지 않은 것을 그려보는 것' 이고, 망상은 '논리적이지 않은 일을 믿는 것' 으로 전혀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가설은 '논리를 바탕으로 상상해 만들어 낸 어떠한 정의' 즉, '상상'에서 시작되어 논리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개념인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마케터들은 이것을 구분하지 못한채 비리논적인(또는 무논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본인만의 결론을 도출한 채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촉촉한 쿠션을 좋아하니까 우리 고객도 촉촉한 쿠션을 좋아할거야." 라거나 "나는 이런 이벤트가 좋으니까 우리 고객도 이 이벤트를 좋아할거야." 라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끝나는 사고 습관

그 오류의 시작은 문장에 끝에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끝내버리고 단정짓는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마케터의 중요 자질 중 하나가 '비판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적인 사고는 어떤 명제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하고요. 타인의 주장은 물론, 스스로의 생각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며 그것이 맞는지에 대해 검증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케터들은 비로소 조금 더 승률 높은 마케팅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마케터들은 "왜 이런 기획안을 가져왔나요?" 라고 물으면 "이러이러한 이벤트를 하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로 문장이 끝나버립니다. 충분한 근거가 없는 이런 단정형 문장은 다양한 경우의 수와 예외 케이스에 대한 상상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마케터나 기획자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자 습관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습관을 타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늘 문장의 끝에 물음표(?)를 붙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벤트를 하면 소비자들이 좋아할까?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이벤트는 어떤 유형의 이벤트일까?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이벤트'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와 같은 방식으로 상상의 시작을 의문문으로 하면 조금씩 원하는 답에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모든 가정문 주어에 '자아'를 투영시키는 오류

위에서 의문문으로 상상을 하며 답을 찾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 다음은 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답은 늘 가정문으로 시작되는데, "만일 [주어] 라면, [동사]겠지." 의 형태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많은 오류가 발생합니다. 주어에 자아가 투영되어서 "만일 나라면 이럴거야."의 결론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생각을 잘 전개하다가 결론이 이렇게 나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입니다. 우리가 잡고 있는 타겟이 '나'와 비슷한 퍼소나라면 나쁘지 않은 접근 방식이겠지만, 그 타겟이 우리와 다를 때에는 이것은 완전하게 틀린 접근이 되어버립니다. 우리 타겟이 나와 다른 연령층이거나, 다른 국적이거나, 다른 성별이거나,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거나 하는 그룹이라면, 가정문의 주어를 '나'로 잡아서는 안됩니다. 가정문의 주어는 그 타겟과 최대한 유사한 실존인물(예를 들어 친구, 가족, 지인)이거나 가상의 퍼소나여야 합니다. 물론 몇 명의 소수가 그 그룹의 전체를 대변할 순 없겠지만, 어떤 실마리나 단서는 제공할 것이고 그렇게 또 한 조각씩 맞춰나가며 최대한 승률 높은 결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무작정 막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잘 생각하자.' 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저 위의 세 가지 중에 하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분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말해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미숙하거나 잘못된 방향이더라도 '생각을 하며 일하는 것' 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마케터의 자질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올해 내내 그리고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는 뷰티 시장에 대한 글도 하나씩 꺼내볼 예정입니다. 기다려 주세요-!

##다양한 의견은 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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