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나는 "어떤 자질의 사람들이 팀장, 그러니까 중간관리자를 하기에 적합한가? 어떤 자질을 타고나야 하며, 개발시켜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와 주위 지인들에게 자주 던졌다. 같은 의견도, 다소 다른 의견들도 있었고 세상에는 각자 다양한 성격과 성향의 사람들이 있고, 직무마다 업계마다 조직마다 다른 리더쉽을 요구하기에 획일화 할 수 없는 영역이라 결론내렸다. 그리고 나는 질문을 바꿨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팀장을 하면 안될까?"
나는 일을 하면서도 이런식의 사고를 자주 한다. 무엇인가를 달성할 수 있는,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려울 때, 질문을 바꾼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슷한 맥락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팀장을 하면 안되는 몇 가지 업무 특징을 정리해 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건 크게 총 4가지이다.
1.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미숙한 자
2. 업무 분장과 권한 위임이 안되는 자
3. 우선순위 파악이 안되는 자
4. 문제 인지&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자
1.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미숙한 자
중간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7할 이상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능력은 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 중간관리자는 경영진과 팀원들간의 미들웨어(middleware) 역할을 통해 조직의 중요 미션을 공유해 일을 이끌어가고, 팀원들간의 여론과 조직내 이슈를 경영진에 보고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주요 미션이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은 매우 필요한 능력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라고 하면 한국어만 잘하면 되지 대체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이렇다.
1) 육하원칙, 인과관계에 의한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
- 업무 디렉션을 할 때, 경영진에 보고를 할 때, 타팀과 협업을 하거나 문제를 찾아 해결할 때 매우 중요하다.
2) 이야기의 요점을 잘 전달하고, 잘 알아듣는 능력
-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필요한 능력이며, 요점을 잘 알아듣고 전달해야 communication cost를 줄일 수 있고 생산적으로 일 할 수 있다.
3)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공유하는 능력
- 내가 누구에게, 언제, 어떤 내용을 공유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잘 뿌려주는 것은 이슈를 최소화하고 일이 문제없이 굴러가게 도와준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팀장이 되면 관리하는 팀은 물론 타팀 협업 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매우 높아질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구성원 스트레스와 업무 리드타임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조직 생산성이 매우 떨어질 것이다.
2. 업무분장와 권한위임이 안되는 자
업무분장과 권한위임은 세상 모든 팀장(중간관리자)이 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이 업무이다. 이것을 단순히 "일을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일을 잘 주는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분들이 계시다. 일은 그냥 지시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퍼포먼스/캐파를 파악해 적당한 스케줄로 주어야 한다. 그리고 권한위임 또한 그냥 무조건 다 알아서 해라, 식의 위임이 아닌 자체적으로 가능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잘 구분해 가이드를 해주어야 한다. "A부터~G까지는 당신의 의견대로 (물론 근거를 가지고) 픽스하시고, 그 이후 H,I,J 에 대해서는 나에게 컨펌 요청을 바란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만약 일을 그저 아무에게나,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대로 준다면 최악의 경우 결과물이 쌩뚱맞은 것이 나올 수도 있고, 팀원의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업무는 생산성이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한 권한에 대한 부분도 a부터 z까지 모두 컨펌을 해야 한다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컨펌을 진행하는 시간 비용이 더 높아져 매우 비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될지도 모른다.
3. 우선순위를 파악이 안되는 자
이건 정말 매우 크리티컬 한 사안이다. 조직의 방향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은 중단기에서부터 장기까지의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마다 주요한 미션, 해결해야 할 과업을 정하고 달려간다. 일을 분장하는 팀장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가 높은 과업"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팀장의 우선순위대로 하나의 팀이 움직이고, 팀 전체가 우선순위를 잘못 파악해 움직이면 큰 조직적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회사란 여러개의 팀들이 존재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일관된 우선순위와 비전, 로드맵을 보고 달린다. 우선선순위에 대한 인지 없이 무작정 일을 한다면, 팀간의 유기성, 로드맵은 깨질 것이고 조직의 성장은 저하될 것이다.
4. 문제 인지&문제 해결 능력(또는 의지)이 부족한 자
팀장의 역할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역량이다. 팀, 나아가 회사라는 조직에는 수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조직은 조금씩 성장하며 그것을 해결한 개인도 성장하게 된다. 보통 문제인지에 더딘 사람들을 보면 관성에 의해서 일하는 스타일의 사람이거나, 타고난 성향상 둔한 사람들 인 것 같다.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식의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도 보통 딱히 문제를 찾거나 발의하지 않는다. 평화주의자 또는 착한사람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보아도 딱히 발의하거나 이슈화 시키지 않다. (찾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쁘다.)
조금 비약을 더하면 그저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지금도 버거워. 뭐 귀찮게 따지고 그래.." 이런 사람들이 팀장이 되면, 조직 내 발전이 없고 정체된다. 현상 유지만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팀장이 되어, "더 나음"을 추구하지 않고 머무르게 된다면 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나도 조직 내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게 된 지 얼마 안되었고, 쪼렙이라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잠깐 고민했지만 글 쓰는데 뭐 자격증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남 눈치보고 살았나 싶은 마음에 쭉 써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나는 과연 잘 하고 있나? 라는 성찰도 하게 되고, 반대로 훌륭한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