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패션 쇼핑몰들이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그 글은 뷰티 브랜드 런칭/운영의 장점과 쉬운점만 언급되어 있어 심기가 살짝 불편했던 적이 있다. 아마 내가 실제 뷰티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뷰티 브랜드 운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고 있기에 불편했던 것 같다. 그리고 화장품의 원가와 마진, 재고관리에 대한 부분이 너무나도 나이브하게 쓰여져 있어서, 계속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 글만 보고 화장품 시장을 쉽게 보는 이들이 많아질까 하는 노파심에 관련 글을 쓰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이커머스 플랫폼 제공회사인 카페24에서 5년간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며, 의류 쇼핑몰들이 뷰티 브랜드 런칭하는 현상을 지켜봐왔고 본문 글 제목에 있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동료와 꽤 자주 토론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뷰티 브랜드사 마케터로 일하고 있음을 밝힌다. 내 의견이 꽤 오랜 기간 고민한 내용이라는데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밝힘.
왜 의류 쇼핑몰에서 뷰티 브랜드를 런칭할까?
우리는 질문을 바로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의류 쇼핑몰에서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 아니다. "잘 나가는 의류 쇼핑몰"에서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다. 물론 잘 나가지 않는 의류 쇼핑몰들도 우르르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물건을 사입해 와 판매한 적이 있었다. 한 5년전쯤? 스타일난다의 3CE가 막 성장세를 달리고 있을 때 너도나도 시도했던 붐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무튼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려면 일단 의류 쇼핑몰이 잘 되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로 인지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럼 "브랜드"로 인지되는 수준이란 무엇일까? 옆집 쇼핑몰에서 파는 보세옷이랑 우리 옷이랑 똑같고, 소비자도 그걸 아는데, 우리 쇼핑몰꺼가 더 좋다고 우리꺼를 사는 시점인 것 같다. 한국의 의류 쇼핑몰은 동대문에서 사입을 해 와 판매하는 옷들이 많고, 심지어 라벨갈이를 하지도 않고 판매하는 것들이 많다. 너무 명백히 같은 제품인데, 그럼에도 특정 쇼핑몰의 옷을 사는 이유는 뭘까? 그 쇼핑몰만의 "스타일"을 구매하길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그냥 쇼핑몰을 넘어선 브랜드가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의류 쇼핑몰이 브랜드화 되는 순간, 쇼핑몰의 사장도, 쇼핑몰의 고객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 사장: 우리 스타일을 몽땅 팔고 싶어. 옷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 고객: 저 쇼핑몰의 모든 스타일을 사고 싶어. 옷, 소품 그리고 저런 메이크업 스타일링.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새겨나는 것이다. 뷰티 브랜드를 런칭한 의류 쇼핑몰에서 인터뷰하며 꼭 말하는 것이 있다. 어쩌다 화장품까지 하게 되었느냐 라는 질문에 "메이크업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아져서요." 그리고 일부 충성 고객들 왈, "그냥 ㅇㅇㅇ에서 화장품까지 만들어주면 안돼요?!" 그러하다. 이런 아름다운 시나리오로 뷰티 브랜드 런칭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건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명품 브랜드들을 보라. 모두 의류에서 시작해서 화장품을 추가 런칭했다. (이상하게 화장품을 런칭하고 의류를 런칭하는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건 더 고민을 해보고 글을 쓰리라)
의류 쇼핑몰에서 만든 뷰티 브랜드는 왜 잘 될까?
이 질문도 앞 부분에 "잘 나가는" 이라는 단어가 빠졌다. 잘 나가는 의류 쇼핑몰에서 만든 뷰티 브랜드는 왜 잘 될까? 잘 나가는 의류 쇼핑몰은 이미 그 자체가 브랜드화 된 상태일 것이다. 뷰티 제품은 구매결정 시 브랜드 인지도를 정말 많이 보는 제품군 중 하나이다. 로열티가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미 쇼핑몰이 브랜드화 된 상태라면, 뷰티 제품 구매결정 시 허들이 굉장히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물건을 팔 고객을 이미 깔고 가는 거다.
그리고 이미 기존의 로열티 있는 고객이 확보된 상태이고, 그 고객 중의 몇 %만 화장품을 구매하더라도 몇 천개는 판매 가능할거란 계산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위 잘 나가는 쇼핑몰이라면 하루의 주문건수가 최소 1,000건은 될거다. 그럼 한 달에 30만건. 그 중의 10% 고객만 화장품을 구매해줘도 3,000개/월 판매가 가능하고, 1%만 구매해줘도 300개/월 판매가 가능하다. 화장품 제조 시 최소 생산 수량은 제품별로, 제조사별로, 성분 원가 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000개-5,000개 정도 하는데, 잘 나가는 쇼핑몰의 경우 위의 계산대로라면 최소 생산을 했을 경우 이것이 절대 부담스러운 수량이 아니라는 거다. 아무리 안나가도 1년~2년 그대로 둬도 재고 소진이 가능한거다. 그러니까 리스크 테이킹이 아주 잘 된다는거다.
게다가 마케팅 비용도 절감된다. 뷰티 제품의 경우 런칭 후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룩북이나 소개 콘텐츠 등)에 꽤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의류를 하며서 해오던 것들이다.
결국 잘 나가는 의류 쇼핑몰은 뷰티 제품을 런칭하게 되면 그저 제품 원가만 있으면 큰 재고 부담or마케팅 부담 없이 판매가 가능하고, 얼추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버티면 승리하게 되는 또 아름다운 시나리오로 가게 된다.
그러니까 결론은, 모든 의류 브랜드가 의류 어렵다고 뷰티 하면 잘 되는게 아니고, 의류에서 잘 해야 뷰티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
화장품은 마진율이 좋아서...
원가가 낮다고 마진이 무조건 좋다는 발상은 정말이지 너어어어어무 나이브 한 것 같다. 게다가 원가가 낮다라는 건 굉장히 상대적인데, 제품별로 케바케다. 원가율은 '원가'와 '소비자가'로 책정하는데, 원가는 낮을수록 소비자가는 높을수록 원가율이 낮을거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선 moq가 높아야 하는데, 어마어마한 유통채널을 보유한게 아니라면 moq는 최대한 낮추고 싶을거다. 게다가 소비자가는 높을수록 좋겠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면 높은 가격 책정도 선뜻 하기 어려울거고.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과연 원가율이 시장에서 말하는 10% 일까? 이건 아마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하는 브랜드에 한정된 것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뷰티 브랜드 운영이 결코 만만한 영역이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었다. 몇 해전부터 화장품 브랜드사들이 급격히 증가했고, 누가 해도 떼돈 벌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이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 어떤 시장이던 쉬운 시장은 없으니, 본인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고 좋아하고 자신있는 쪽을 택하는게 최선이 아닐런지.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