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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Jan 19. 2019

발견 지향적 태도에 대한 발견

2190119 일기 19

190118 일기 발췌-----

대화를 나누면 아주 즐겁고 행복한 친구가 있다. 그래서 꽤 자주 연락하고 별 시덥잖은 것들로 논쟁도 하고, 10년 후 얘기도 하고, 열심히 살자고 다짐도 하고 별 얘기를 다 하는 편이다. 오늘은 갑자기 왜 우리가 대화가 이렇게 잘 통하는지, 왜 우리의 대화가 이렇게 재미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졌고 같이 이유를 찾아봤다. 처음에는 대화의 소재가 비슷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소재가 비슷해도 대화가 재미없는 사례가 존재했고, 논리나 맥락이 좋아도 대화가 재미없을 수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서로가 대화에 임하는 태도가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먹고사는데 별 도움 안되는 ‘우리의 대화가 왜 재밌는가’에 대해서 궁리하면서 재밌어하고, 꼬치꼬치 캐묻는 것에 대해 즐거워하고, 틀린거 지적하고 지적받는 것도 상당히 즐기는 편인데 이런 것들이 대화의 태도에 해당되는 거였다. 


그럼 왜 캐묻고 틀린거 지적하고 지적받는 걸 좋아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뭔가를 발견하는 것이 즐거운 거였다. 우린 주로 평소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나, 파고들어야 할 주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며 끄집어 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걸 하다보면 정말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지식을 발견할 때도 있고, 통찰을 발견할 때도 있고, 스스로의 몰랐던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정말 많이 발견해왔고, 그럴 때마다 상당히 기뻤다. (이제 채우기만 하면 되므로) 그리고 아찔했다. 이걸 모르고 살았다면 어쩔뻔 했나 싶어서. 아 나는 발견과 깨달음의 순간이 너무 행복한 사람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나에게 일은 계속해서 뭔가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어서, 그래서 즐겁고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 결국 또 일 얘기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한 발견, 삶에 대한 발견이 가장 즐겁고 의미있다. 그럼 나는 왜 이토록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에 대해 집착할까? 행복하고 싶어서이다. 이왕 사는 거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데, 그럴려면 나 스스로를 잘 파악해야 행복할 확률이 더 올라갈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없는지, 무엇에 가치를 느끼는지, 무엇에 선해지고 무엇에 악해지는지 알아야만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경우, 최고로 행복하지 않더라도 불행만은 피하고 싶다. 그럴려면 부지런히 매일 발견하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내가 그렇게 추구하는 '발전'도 무엇을 발전시킬지에 대한 '발견'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발견 지향적인 삶의 태도는 상당히 중요하고 필요한 태도이다.  


오늘의 가장 행복한 발견은, 위와 같은 사실을 발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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