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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Jan 26. 2019

단편적인 문장들

2019/01/24 일기 발췌---

코스토리에 2016년 합류해, 이제 일한 지 햇수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요즘 이래저래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과거는 잘 잊는 편이라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몇 개의 문장들이 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다." 

2016년도 5월에 입사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나? 외부에서 돌고 돌아, 내부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 문장을 들었다. 세상 참 좁구나. 내 앞에서는 꽤 호의적이었던 사람이라 조금 충격적이었다. 괜찮다. 못났다고 자책하며 사는 것보다 잘난 맛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 퇴사 이야기다. (사실 오늘도 들었다.) 3년 동안 정말 많이도 들었는데 들어도 들어도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내가 또 뭔가를 잘못한 걸까.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자리를 도는 기분이다. 내가 이 조직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건 아닐까, 내가 가장 큰 문제인건 아닐까,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만 같다. 아 오늘도 잠자긴 글렀다. 어느새 자책하며 살고 있었다. 


“요즘 일이 재밌어요!” 

리더 역할을 시작한 지 꼬박 2년이 지난 후에야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손편지로 받아 본 이야기인데, 집에서 읽고 혼자 울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일의 즐거움을, 일터에서의 행복을 주고 있긴 하구나, 싶었다. 99명은 불행함을 느낄지 몰라도, 1명은 행복함을 느낀다는 그 사실이 내 마지막 자존감을 붙잡아 주었다. 정신승리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버틸 이유를 찾아야했다. 더 잘하고 싶어졌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했기에.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훌륭한 사람과 훌륭해질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나의 훌륭함이 마음에 듭니다. -에곤 쉴레-"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한 동료가 에곤쉴레 엽서를 선물해주며 함께 준 편지에 적어준 글귀이다. 또 울었다. 과분한 응원을 받는 것만 같아서.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다짐했다.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인이 잘해서 성장했으면서 나더러 감사하다고 하니 뭔가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계속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 최악의 순간에서조차 교훈을 찾고자 하는 낙천적인 태도, 나의 독설 속에서도 어떻게든 배울 점을 찾아내는 통찰력. 사실 그들을 보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건 오히려 나였다. 


“좋은 조건으로 이직합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그동안 고약한 리더랑 일하느냐고 고생했고, 앞으로 더 잘할거고, 축하한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니 뿌듯했다. 나를 발판삼아 누군가의 인생이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아지고 있어요." 

우리 조직은 느리지만 조금씩, 쉼 없이 나아지고 있다. 하루하루 너무 작은 변화라 매일 인식하진 못해도, 시간을 펼쳐놓고 보면 분명 나아지고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더 나아질거다. 




나는 어느새 이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구나. 커리어를 만드는 것을 넘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구나.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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