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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06. 2019

혼자 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혼 여행, 혼밥, 혼술, 혼영화.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고 꽤 즐기는 편이지만 '함께하는 것'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대신 '좋음에 대한' 공감대 또는 호기심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이게 없다면 혼자 하는 것이 낫다) 도쿄 출장 겸 여행(1/31~2/4) 중 나의 사랑하는 동료와 함께 했던 50분가량의 티타임은 가장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이다. 갑자기 생긴 통제 가능한 1시간을 악착같이 행복하겠다며 미친 속도로 카페를 검색해 달려갔고, 우리는 엄청나게 맛있는 밀크티와 치즈케이크를 우아하게 즐겼다. 무려 재즈 bgm과 함께! 혼자 하는 것은 어떨까 싶어 마지막 날에 다시 찾아가 커피를 마셨는데 상당히 외롭고 며칠 전 함께 했던 동료가 그립고 보고 싶어 졌다.



혼자 하는 것은 외롭지만 사색을 즐길 수 있고, 시간을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있어서 좋다. 함께 하는 것은 좋은 것에 대한 감상을 나누며 교감하는 것에서 행복함을 얻을 수 있다. 좋음을 좋다고 말하고, 왜 좋은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그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좋음이 증폭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 함께 할 때 행복한 것의 전제 조건은 서로의 핏이다. 좋음에 대한 공감대 또는 관심과 호기심이 없다면 함께 좋은 걸 해도 행복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일을 하면서도 혼자 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리더는 외로움이나 중압감에 대한 이겨냄은 혼자 하면서, 역설적으로 ‘함께’ 훌륭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존재이지 않나. 나는 사실 부끄럽게도 함께 공동의 뭔가를 성취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진실되게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함께 성취하는 것이 기쁘려면 과정과 결과 모두 훌륭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께 성취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음에 대한 공감대 외에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이 노력과 행동을 끌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인데 이걸 ‘동기부여’라고 부른다. 셀프 동기부여도 쉽지 않은데, 타인의 동기부여를 끌어내야 한다니, 리더란 직업은 거의 마법사와 비슷한 그 무언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기부여를 해서 함께, 훌륭한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밀크티를 함께 즐기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고난이도의 일이다. 그럼에도 밀크티는 나에게 교훈을 주었다. 이왕 같은 일을, 같은 시간을, 들여할 거라면 ‘함께’ 했을 때 더 의미 있게 다가오고 우리 인생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함께 할 때 기쁨도 성취도 더 크게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갈등이 증폭되기도 하나, 그또한 우리에게는 교훈이나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가치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깨달음은 책 속 활자로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난 내가 직접 어떤 상황에서 직접 느끼고 깨닫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학습과 경험은 다르고, 분명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교훈이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함께' 잘하는 방법에 대해 진실되게 기쁜 마음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리가또 밀크티상! (그리고 밀크티는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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