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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05. 2019

여섯 번째 일본 방문

반은 출장, 반은 여행. 아니 그냥 삶!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행지에서는 시간, 장소,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거나, 다른 시선으로 현상과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떤 감성, 감각이 더 예민해져 뭐든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고, 나는 그런 것들을 느낄 때 내가 살아있고 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여섯 번째 일본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박람회 일정으로 출장이 잡혔고, 마침 뒤에 연휴라서 티켓 일정을 변경해 개인 일정을 추가했다. (회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개인 일정은 완전한 무계획 일정이었다.


일본은 워낙 보이는 디자인, 입체적인 경험 등 훌륭한 것들이 많아서 그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안목의 평균치가 높아지려면 기본적으로 그런 것들을 많이 경험해봐야 하고, 좋은 것을 경험했을 때 이것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맛있는 걸 먹을 때 왜 맛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별로 맛있지 않은데 기분이 좋을 때에도 왜 그런 걸까 생각해봐야 한다. 대조군과 비교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명이 가능해야 이후에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고, 내가 언젠가 ‘좋은 경험’을 설계해야 할 때 써먹을 수 있다. 설명하는 것이 어렵고 귀찮다면 그냥 많이 경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좋은 것, 경험’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일상이 되고, 당연하게 되면 그것이 곧 스탠다드, 감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일본은 이러한 감, 안목을 향상시키기에 아주 적합한 나라이다. 특히 디자인과 경험/서비스 영역에서 훌륭한 부분이 많다. 지난 도쿄 여행에서는 시부야와 하라주쿠 중심으로 편집샵과 스트릿 패션 샵들을 주로 구경하며 수준 높은 vmd를 감상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롯폰기에 머무르며 미술관 몇 곳과 카페 마실 다니며 최대한 일상을 느껴보려 애썼다.  



나는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그것의 스펙과 사실보다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내면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편인 것 같다.(물론 보긴 본다. 비중의 차이이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일상과 비일상, 혼자 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것,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빛과 그림자, 밝은 것과 어두운 것, 공감과 교감, 경험의 점-선-면, 시간의 유한성, 인간의 나태함 등에 대한 생각들을 했다. 그때그때의 생각들을 짧게 일기로 기록해뒀지만, 이야기로 풀어내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다.  




더 알아보고 싶은 것들도 생겼다. 아르헨티나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그아 대하여, 블루보틀 브랜드에 대하여, 요리계의 거장 폴보퀴즈라는 인물과 누벨퀴진에 대하여, 일본의 빛과 조명이 더 아름다운 이유에 대하여.  


여행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지고 좋지만, 여행의 진짜 가치는 그것이 끝난 후에 성찰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자주 여행을 다닐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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