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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06. 2019

DRIFT, <블루 보틀> 창업자 인터뷰 발췌

오늘 들렀던 카페에서 우연히  <블루 보틀> 창업자 인터뷰를 발견하였다. 블루 보틀에 대한 관심은 다소 뒷북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관심이 쉽게 생기는 타입은 아니어서 지금까지 블루 보틀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얼마 전 방문한 도쿄 매장에서의 경험이 너무 행복했어서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펼친 잡지에서 블루 보틀 인터뷰를 발견하다니! 너무 운명적이라 생각했다.


블루보틀의 심볼이 탄생한 곳이 일본이고, 그로 인해 일본 브랜드라는 낭설이 퍼질 정도로 블루보틀은 일본이라는 나라와 인연이 깊은 브랜드이다. 인터뷰에서도 창업자의 일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의 확인할 수 있었다. 창업자는 처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 일본에서 탄생한 심볼과 이 인스타그래머블 한 이 심볼로 인한 대중 인지도 확산과 급격한 성장으로 일본에 관심이 생긴 것일까? 전후 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일본이라는 나라에는 '사용자 경험(UX)'이라는 개념이 산업과 문화 전반에 깊숙이 박혀있으며, 경험 중심의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일의 접점에 있는 사람들은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또는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에는 영감을 주는 좋은 구절이 너무 많았지만, 다 적기는 좀 그래서(...) 선별해서 몇 가지 내용만 발췌해 보았다.


*DRIFT 샌프란시스코 편 <블루 보틀> 창업자 인터뷰 발췌*


<블루 보틀> 창업자가 말하는 카페 문화

; Show, Don't tell.


교토나 샌프란시스코같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눈에 띄기 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사로잡을 필요가 있죠. 그런 혼잡한 환경에서도 눈길을 끌 수 있는 <블루 보틀>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그런 방법을 쓰고 있지 않아요. 때로는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싸움에 이기는 방법이 되기도 하죠. 저희는 도시의 혼잡함을 뚫고 나가기보다 그 뒤에 물러서는 것을 택하는 편이에요. 많은 단어로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고, ‘저희를 주목하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별로 없죠. 저희는 간결한 모양 하나에 하나의 색을 써요. 단순한 아이디어죠. 하지만 애써 눈에 띄겠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눈부시고 화려한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끄는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비교해 프리먼 씨의 접근 방식을 생각해 보면 흥미로워요. 그런 회사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자신들의 이름이 사실상 동사로 쓰이기 시작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죠. 목표가 브랜딩이라면 사람의 관심을 완전히 얻은 후에는 더 이상 광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통속적인 것이나 과도한 노력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스트렁크와 화이트가 쓴 책 <글쓰기의 요소>에 나오는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말 아시죠? 이 말은 제 삶과 일에 있어서 늘 중요한 철학이었어요.


고객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고객들에게는 매우 친절한 커피 전문가가 만드는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것이 중요한 화두죠.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애쓰는 것들은, 그게 단어든 간판이든 혹은 다른 어떤 것이든 고객들의 경험에 방해가 돼요, <애플> 스토어가 제게 영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거예요. 장애물을 없애는 일을 아주 잘하거든요. 예를 들면 테이블이나 POS 시스템 같은 것들이죠. 저는 이러한 장애물 제거가 <애플> 스토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서 늘 영감을 받아요.  



이곳 사우스파크 지점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알맞은 곳 같군요. 이 지점을 열면서 ‘오모테나시(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미리 고객의 니즈를 예상해 서비스해야 한다는 일본의 접객문화)’에 관한 특별 담화를 발표하셨죠.

- 맞아요, ‘오모테나시’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방금 제가 설명한 장면이 첨단 기술로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마법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호시노야>(일본의 모던 료칸 브랜드)의 ‘오모테나시’를 정말 동경해요 아내 케이틀린과 교토에 있는 <호시노야>에 머무른 적이 있어요. 작은 오두막 같은 곳으로 운전해 가서 료칸까지 데려다 줄 보트를 기다려요. 그리고 강을 따라 7-8분을 더 가면 여관에 도착하죠. 언제 도착할지 선장에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여관에서는 이미 모두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사라진 여행가방이 마법처럼 방에 옮겨져 있었어요. 그날 아내가 몸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아내에게는 생강차를, 제게는 녹차를 주더군요. 마침 아내가 생강차를 마시고 싶어 했는데, 직원들이 생강차를 준비해 준 거예요. 저희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정말 마법 같은 일이었죠. 첨단 기술을 사용한 것도 아니에요. 물론 직원들은 모두 인이어 아이폰을 끼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죠.



SFBA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셨죠. 샌프란시스코와 일본 사람들이 특히 공감할 만한 독특한 무언가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블루보틀>과 회사의 철학이 그 지역과 잘 어울리는 건가요?

-미국인이 오랫동안 일본의 킷사텐 문화에 관심을 두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일본에 매장을 오픈하기 몇 년 전부터 킷사텐 문화와 <블루 보틀>의 관계에 관한 기사가 많이 쏟아져 나왔죠. 그러다 몇 년 전, 팜투 테이블(농장에서 갓 수확한 식재료를 곧바로 식탁 위에 올리는 식문화 트렌드>이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자 많은 일본인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와서 음식에 대한 영감을 얻어 갔어요. 저희는 그 영감의 씨앗이 되었고요. 여백의 미를 강조한 공간도 일본 사람들의 정서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저희 카페가 지점마다 각각 다르면서 전체적으로는 <블루보틀>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비어 있는 듯한 공간, 간판이나 기호 등의 부재가 그런 개성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개성은 어떤 느낌을 남기곤 하죠.



기술은 고객에게 보다 단순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기업인이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블루 보틀>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특히 이곳 사우스파크 지점과 민트 플라자 지점이 그렇죠.



카페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공간의 에너지를 바꾸기도 하나요? 말씀하신 지점들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일본 킷사텐의 진중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 저희가 카페 인테리어를 디자인할 때 의도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여러 형태의 좌석이에요. 최근에 생긴 저희 카페에서는 이곳에서처럼 큰 공용 테이블과 2인용 테이블, 계산식 좌석, 입식 테이블 등을 다양하게 보실 수 있죠. 이러한 좌석 형태는 고객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카페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나아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카페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 주죠. 물론 특정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저희 카페에 자주 오긴 하지만, 그건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저희가 선택할 수 없죠. 하지만 건축과 디자인을 통해 공간을 사용하는 다채로운 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죠. 일례로 저희 카페에서는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아요.



공간의 디자인하는 것 외에 다른 서비스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시나요?

- 저희는 <블루 보틀>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고객 경험에 대해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 의견을 나누지 않아요. 대신 정기적으로 매장을 방문해 고객의 경험을 직접 이해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워싱턴 지점에 가보니 고객들이 공간 구조 때문에 겨울에 곤란을 겪더라고요 코트 걸이가 구석에 있어서 옷을 벗어 놓거나 다시 입을 때마다 카페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야 했죠. 옷이나 주머니 안의 귀중품을 지켜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고요. 그래서 저희는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시야에 옷이 들어오고, 코트 걸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입구 쪽으로 위치를 옮겼어요.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회사가 이런 성장통을 겪고 있죠. 설립자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서로 다른 업무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으셨나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공존’에 별로 소질이 없어요. 제가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제게도 힘든 일이지만, 그들에게도 힘든 일일거예요. 때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고요.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들이 알아서 일하도록 두고 저는 제 일을 할 뿐이에요. 하지만 제가 그런 사람들을 고마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네슬레>가 저희에게 투자한 것은 그런 분들이 아주 열심히 일해 주었기 때문이거든요. 그 점은 매우 감사해하고 있어요.



SFBA를 포함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커피를 생필품 정도로 생각하는 세상에서 <블루 보틀>은 아직도 커피와 서비스 문화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 성 프랜시스가 한 말 중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저희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고 마침 성 프랜시스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성인이거든요. “복음을 전하라, 필요하다면 말로 하라.” 저는 ‘필요하다면’이라는 표현에 늘 주목해요. 저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 없어요. 저희가 하는 일을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사람들을 바꾸기 위해 딱히 노력하는 것도 없고요.


메뉴에 다양한 맛의 선택지가 있다는 건 제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에요. 스폐셜티 커피업계에서는 ‘커피와 물의 비율을 1:17로 하지 않으면 망한다’ 라거나 ‘1차 크랙 이후 10초가 지나면 망한다’라는 식의 완고한 기준이 있거든요. 물론 점점 변화하고 있지만 이 업계에는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모호한 기준이나 법칙들이 많아요. 프로이트는 이걸 ‘사소한 차이에 대한 자아도취’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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